[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연세암병원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치료기 시범가동을 시작했다.
중입자치료기는 중입자(탄소 원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 암 조직에 투사한다. 암 조직에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암 조직만을 사멸시키는 식이다.
병원측은 중입자치료기를 이용한 실질적인 치료가 내년 3월경 가능할 것으로 봤고, 1인당 치료비용은 약 5000만원 들 것으로 예상했다.
19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연세암병원은 최근 중입자치료기 시범가동에 나섰다.
중입자치료기가 위치한 중입자암치료센터 건물은 지난해 11월 준공됐고, 설치된 가속기를 통한 중입자 빔 조사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의료기기인 중입자치료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의 허가가 필요하다.
향후 1년 간 중입자치료기 시범가동으로 충분한 데이터 축적 및 허가를 획득하고, 내년 3월에는 첫 환자를 치료한다는 계획이다.
연세암병원은 중입자치료기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해외 중입자센터와 협력 및 공동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장비 제조사인 일본 도시바사는 물론 일본 내 중입자치료시설을 보유한 일본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산하 방사선의학연구소(QST·NIRS), 야마가타 의과대학, 가나가와 암센터, 군마대학 중입사선의학연구센터 등과 MOU를 체결해 학술 및 인력,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 중입자치료기는 일본·독일 등에서 10여 대만 운영 중이다.
금기창 연세암병원장은 “환자 치료를 위한 준비 단계”라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올해에는 허가가 들어가야 한다. 허가를 받는 데에 식약처 6개월 등 약 1년 정도 소요돼 시범가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입자치료기는 기존 치료기와 다르다.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중입자치료기에 쓰이는 탄소 중입자는 양성자보다 질량이 12배 정도 무겁다. 이론적으로는 암세포 사멸률이 3배 이상 높다는 이야기다.
혈관으로부터 멀리 위치해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한 저산소 상태 암세포에도 효과가 있다. 이들은 일반 암세포와 달리 힘든 조건에서 살아남아 100배 가까운 방사선 조사에도 견딜 정도로 강한 생존력을 지닌다.
쉽게 말해 기존의 방사선 치료 등은 방사선이 신체로 들어갈수록 세기가 약해지는데 반해, 중입자치료기는 원하는 곳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다. 암세포가 신체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도 높은 수준의 방사선 에너지를 조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기존 X선 혹은 양성자치료기의 경우 평균 ‘30회’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중입자치료기는 ‘약 12~15회’ 정도면 치료를 마칠 수 있다.
치료 대상은 혈액암과 같이 광범위 하게 전이된 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5년 생존율이 30% 이하인 3대 난치암인 폐암, 간암, 췌장암 등부터 치료가 어려웠던 골육종, 척삭종, 재발성 직장암, 두경부암, 악성흑색종 등 다양한 암에서 효과를 보인다.
치료비용은 약 500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입자치료가 마무리 될 때까지 드는 비용이다. 일본·독일 등 해외에서 중입자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에이전시를 통해 할 경우 일본 1억원, 독일 1억7000만원 가량 드는데, 이보다는 훨씬 저렴한 셈이다.
더욱이 치료 과정에서 피부 등 정상조직에는 중입자 조사로 인한 부작용과 통증, 후유증 등이 없다.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금기창 병원장은 “아침에 와서 치료를 한번 하고 집에 가면 된다. 부작용도 전혀 없다”며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중입자치료기 치료 횟수도 약 12번에서 10번 이내로 해야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