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6일 오미크론 대응체제 일환으로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60세 이상 고위험 군에 한해 실시하고 나머지는 자가진단키트로 우선 검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광주·전남·평택·안성에서 시행한 뒤 이달 말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밀접접촉자와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단순의심자는 자가진단크트에서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새로운 방역체제가 시행되면서 업계 안팎에선 자가진단키트 품귀 현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27일 현장을 둘러본 결과, 일부 약국과 편의점에서는 품절 사태가 잇따르면서 '제2 마스크 대란'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건물 외벽에 '자가진단키트 취급 약국'이라는 안내 문구를 적은 약국들은 줄줄이 품절이라고 안내했다. 서울 종로구 한 약국 약사는 "오후에 자가진단키트가 모두 팔렸다. 추가로 발주를 넣었는데 언제 올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인근 또 다른 약국 약사는 "아직 품귀 현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들어온 물건은 모두 나갔다. 판매량이 늘어나 물건이 금방 나간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자가진단키트가 몇 시간 만에 품절되는 현상도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 "자가진단키트 하루 최대 750만개 생산…공급 문제 없어"
정부는 자가진단키트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오전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래피젠 등 국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제조업체와 안정적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업체들과 자가검사키트 수요 급증에 대비한 생산 확대, 국내 우선 공급 협조, 생산·출고량 관련 정보 협조, 가격안정을 위한 협력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현재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 하루 최대 생산량은 수출물량을 포함해 약 750만개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를 감안할 때 자가검사키트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있다.
아울러 식약처는 관계부처와 유통업계를 통해 자가검사키트 선별진료소, 약국 등 공급·분배 상황 외에도 온·오프라인 시장 가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김진석 식약처 차장은 "식약처 코로나19 대응본부 진단시약팀을 확대, 개편해 자가검사키트를 포함한 진단시약 공급 안정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업체와 방역 당국이 긴밀하게 협조해 충분한 물량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체 "생산능력 최대로...물량 지속적으로 확대해 갈 것"
정부의 이 같은 지원에 업체도 자가검사키트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국내에서 자가진단키트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을 반영해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렸다"며 "지난해부터 국내에 자가진단키트를 공급해온 만큼 기존 유통망을 토대로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래피젠도 생산량을 3배까지 늘리며 대응에 나섰다.
래피젠 관계자는 "국내 자가진단키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약 3배 정도 공급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생산 수량을 추가로 늘리기 위해 생산설비 확장도 예정 중이다.
휴마시스도 국내외 공급물량 조정으로 대응하겠단 계획이다.
의료계 "자가진단키트 방역 구멍 초래, PCR 늘려야"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탐탁치 않고 있다. 오히려 확진자 규모를 키워 더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26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시점에서는 성능이 우수하지 못한 자가항원 검사가 아닌 PCR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무증상자 선별검사에 요구되는 성능은 최대한 감염 환자를 많이 찾을 수 있는 높은 민감도"라며 "신속항원검사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헤도 50% 미만, 자가 검사 시에는 2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속항원검사는 감염 초기 민감도가 매우 낮다.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되는 증상 발현 시점부터 일주일 이내 사용해야 민감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특히 "무증상 환자에서는 신속항원검사 위음성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감염을 확산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신속항원검사가 오미크론 변이 감염 후 초기 1~3일 간 감염력이 있는 대부분 환자를 놓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