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일일 신규 확진자를 최대 2만명으로 가정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질병청은 2월 말경 확진자가 3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현 확산세는 이미 추정치를 훌쩍 넘겼다. 신규 확진자가 처음 1만명을 넘어선 지난달 26일 이후 일주일만에 2만명을 넘겼고,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설 연휴로 인구 이동 여파로 하루 10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상 확진자가 정점을 찍은 이후에는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시스템 과부화를 생각하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대응 TF를 운영해온 이혁민 감염관리이사를 만나 오미크론 대응체계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Q. 급증하는 신규 확진자, 현 의료체계로 감당 가능한가
현 시점에서 신규 확진자의 구체적 수치를 단정짓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그간의 대응 경험으로 봤을 때 하루 30만 건 정도의 PCR 검사가 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12월 7000~8000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 최대 70만 건까지 검사가 시행된 바 있다. 적극적으로 한다면 90만 건 까지도 가능하다. 일일 확진자를 기준으로 보면 1만5000명까지는 PCR 검사 운영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관리 방법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진단 역량은 운영 방향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 역량이 이를 좇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확진자가 8000여 명에 이를 때에도 병상 부족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현재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변수가 개입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에서 하루 수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Q. 신속항원검사 체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PCR 검사로만 확진자를 판별할 상황이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신속항원검사 도입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서도 진중한 예측이 필요하다. 신속항원검사의 부정확성에 대해서는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다. 이미 해외에서도 메타분석을 통해 입증된 내용이고 그 외에도 많은 연구가 존재한다.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40~50%로 본다. 선별검사로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속항원검사를 선별검사로 도입한다는 데 대해 다소 우려가 된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을 더 가중시키고 속도를 높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자가진단까지 고려하면 위·음성이 80%에 달할 수도 있는데 이 같은 검사를 국가 차원에서 예산을 써 가며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요구된다.
“최대한 낮은 파도로 지나가도록 하는거 목표"
“진료현장 의료진 역량 고려한 대책 마련 중요”
“치명률 낮아도 위험성 안고 가는 시기, 코로나19 확진자 관리도 중요”
Q. 신속항원검사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효율적 관리 방안은
앞으로도 확진자 급중 추세는 이어질 것이고, 해외사례를 봐도 어떠한 정점이 올 것은 분명하다.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고 낮은 파도로 지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전국민이 다 걸려야 지나간다’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더라도 둔감해져서는 안 된다. 외국에서도 확진자 상당수가 백신 미접종자였고, 소아 위중증 환자가 많았다. 재택치료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병상 부족 문제가 또 다시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를 어떻게 지나갈 것인지 먼저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Q. 의료 시스템 측면서 고려해야 할 점은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한 번 더 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일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신속항원검사가 유증상 환자의 확진 여부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 운영되는 호흡기전담클리닉 가운데 그런 과정을 감당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병원 외부에 임시로 설치된 클리닉에서 검체 체취, 검사 후의 폐기물 처리 여부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클리닉의 개별 역량에 기대기만 할 것인가. 재택치료가 대규모로 시행될 경우 환자들의 불만, 심리적인 불안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본인이 선택한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불가피하게 재택치료를 받을 경우 정부 방침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이고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택치료의 경우 심리적인 측면에서 의료진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현행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일까, 이것을 생각하고 대응책을 도출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확진자 폭증이 불가결하다면 혼란의 파도가 최대한 잠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오미크론 대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나리오 도입 시점이 중요하다. 현재로써는 정부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도입 시점이 중요한 것은 추후 나올 ‘플랜B’는 어쩔 수 없이 위험성을 안고 가게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2주였던 자가격리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PCR검사 방침 변경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나리오가 나오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또 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반향을 감당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요구된다. 환자가 몇 명 나오는지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예를 들면 방역 목적의 코로나19검사는 48시간 이내, 위중증 환자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나와야 한다. 만약에 검사 건수가 너무 많아서 48시간 이내 결과를 받아볼 수 없을 정도라면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것이다. 방역 대책이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만 한편으로 그 변화가 앞으로 국내 상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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