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커지는 의학바이오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국내 연구시스템 및 의사과학자 육성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박영선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정책 간담회를 통해 의사과학자 육성 및 융합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융합 교육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광형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은 “우리나라는 연구하는 의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하며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광형 총장은 “미국은 1년 의과대학 졸업자 1만7000명 중 4% 이상이 연구하는 의사로 빠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졸업생 3300명 중 연구인력이 1%도 되지 않는다”며 “연구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산업으로 기대가 큰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을 개척하기 위해 의사과학자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형 총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시장은 4000억달러(약 480조), 제약산업은 1조4000억달러(약 1680조) 수준으로 둘을 합치면 1조8000억달러(약 2160조)에 육박한다”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1조5000억달러인 것과 비교해보면 의료 시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구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의료기기와 제약 모두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렇게 큰 산업 시장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의사과학자 육성을 통한 연구하는 의사를 육성해 반드시 개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무환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총장 또한 “1조 8000억달러에 병원 치료비까지 더하면 의료산업 분야는 한국 돈으로 약 1경3000조 정도”라며 “하지만 우리나라가 의료산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로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7일 ‘의사과학자 1000명 양성’ 정책을 발표했다.
구체적 지원 내용은 ▲임상의사를 과학자로 양성하는 의과학대학원 프로그램의 확대 및 지원 강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해 의학석사 4년과 공학박사 4년 등 8년간 학비를 국비 지원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기존 군의관과 공보의로 구분되는 의사 병역제도 개선 등이다.
“분야별 칸막이 높아 협업 불가능, 정부가 적극적으로 융합 연구 풍토 조성해야”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의 융합 연구가 불가능한 국내 연구 체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광형 총장은 “연구를 해야 제품이 만들어지고 실생활에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산업은 연구에서 시작한다”며 “하지만 국내 연구 특징은 전자과학자, 생화학자, 의사 등 모든 분야에 칸막이가 쳐져 협업 연구가 진행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연과학자나 공학자들은 바이오헬스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도 의사가 연결돼야 병원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데 그 길이 완전히 막혀있다”며 “노벨생리학상 수상자를 보면 의사가 52%로 절반을 넘는데 우리나라는 연구하는 의사가 없어 이 분야를 통째로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안종현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융합연구가 안 되는 데는 사회분위기 문제와 정부의 지원 문제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예를 들어 국내는 연구자가 연구를 진행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길 원하고 그렇게 교육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기 위해서는 칸막이가 없어져야 하는데 정부 지원과 도움 없이는 어렵다”며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함께 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풍토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