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원칙적으로 불법이나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이용건수가 2년 간 350만건을 돌파하면서 비대면 진료 정식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법적 책임소재·수가 적용 등 기본적인 논의를 마쳐야 비대면 진료 합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전환 시대, 비대면 진료 미래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강병원·이광재·이영 의원, 4차산업혁명위원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의료계·학계·산업계·복지부·환자단체 관계자가 참석해서 비대면 진료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의료계 발제자로 나선 김성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원격의료연구회 회장)은 “비대면 진료 필요성·안전성·효과 뿐 아니라 대상·형태·참여자·범위 등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근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 반대 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법적 책임소재 문제”라면서 “지금도 여러 소송으로 의료계가 힘들어하는데 최근 발의된 관련법들을 보면 면책 조항이 없다. ‘이걸 하라는 거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또한 의료계가 움직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보다 높아야 한다는 의견과, 그 반대여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면서 “적정한 수가 등이 결정돼야 의료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내려야 한다고도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는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다. 그는 “비대면 진료는 어디까지나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수단”이라며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유럽 등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돼있는 해외 사례를 들면서도 “남이 한다고 해서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시각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고 일침했다.
그는 또한 ‘대세론’ 자체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까지 집계된 비대면 진료 350만건이라는 통계를 보고 비대면 진료가 ‘대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4월 말까지 비대면 진료 원외처방은 145만4000여건으로 집계됐는데 참여 의원 당 건수를 보면 월 13건에 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실시한다면 안전성 확보된 진료범위부터 시작···의료계 "기우(杞憂)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도 풀리지 않은 문제다. 그는 “우리는 직접 진찰하라고 배웠지 화면을 보고 진찰하라고 배운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가 부정확할 수 있고 정보 전달도 어렵고, 대부분의 검사가 불가능하다. 누가 의약품을 받는지 모르고 투약 관련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비대면 진료 자체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안전성이 확보된 진료범위부터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암환자들이 먼 지역에서 검사하러 오고, 돌아갔다가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오거나 숙박을 감행하한다”며 “전화로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기에 직접 와야한다고 안내 하는데 미안하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비대면 진료는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지난해 제73차 대의원회 총회에서 집행부가 반대를 원칙으로 하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의료계도 ‘차라리 상투를 잘라라’는 식으로 무조건 반발하는 집단이 아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며 환자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를 단순 기우(杞憂)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 측도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의 보완책으로서 제도화 전 법적 책임소재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제도로 나아갈 예정”이라며 “법적 책임소재·대상 질병·참여 의료기관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논의하면서 사회적 합의 후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해 정책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산업적 측면은 그 다음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