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기획 2] ‘위드 코로나’와 ‘뉴노멀’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이지만 의료기관의 감염 관리는 여전히 엄격하다.
정부는 의료기관 방역인력 지원사업을 연장함과 동시에 다양한 방역 대책을 마련 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해 9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간병인과 상주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전산등록 방식의 출입통제시스템을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개별 전산등록을 통해 PCR음성증명서를 확인하고, 미등록자는 면회 및 병동 출입금지 기능을 설정, 상주보호자는 1인만 허용했다.
보호자가 교대할 때도 PCR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도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입원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매번 PCR검사를 완료한 후 입원을 허가하고 있다.방역 규칙은 의료진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호흡기내과 병동 근무 의료진은 마스크 외의 안면보호구를 추가 착용해야 하고, 원내 다수 확진자 발생에 대비한 모의대응 훈련을 1회 이상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역 대책이 개발됐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이 같은 시스템 변화에 익숙해져 있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체온 측정과 QR코드 인증 등 출입허가를 위한 절차를 수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방문절차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업무환경도 변하고 있다. 외래 및 입원 환자를 위한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도 활성화되는 중이다.
기능 다양해지는 모바일 앱
코로나19 이전에도 검사실 안내나 식단 공지 등, 환자를 위한 모바일 앱 기반 서비스가 다양하게 개발된 바 있다. 최근의 병원 내 모바일 시스템은 여기에서 더욱 발전을 거듭, 의료진 간 편의에도 기여하는 중이다.
일례로 충남대병원은 대전광역시·대전소방본부와 함께 환자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응급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하는 앱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분야의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중증응급환자 이송·전원 및 진료협력 사업 일환으로 대전권역 내 응급의료기관의 실시간 병상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응급환자 생체징후와 증상만으로 중증도를 평가할 수 있고, 중증도 결과에 따라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 환자 대기시간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
중증응급환자의 처치가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대전시는 향후 공용 클라우드 서버를 대전소방본부에 구축해 119종합상황실에서 병원 정보 등을 수집하고 병상수 뿐 아니라 119구급차 이동 정보 등을 통합·운영할 계획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협업 메신저 ‘Y톡’을 개발했다.
Y톡은 협진 환자와 관련된 모든 의료진들이 전체 대화, 그룹 대화, 1:1 대화 등의 기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과거 전자의무기록(EMR) 중심의 환경에서는 협진 처방 후 피드백을 받는 데까지 평균 12시간이 소요됐지만, Y톡은 이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음성통화(mVoIP), 화상통화, 파일 전송, 메시지, 직원 검색 등 실무 환경에 유용한 기능들을 지원하며 ID, 패스워드와 생체정보를 입력해야 로그인 가능한 이중 보안정책을 적용했다.
해당 플랫폼은 얼마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모바일플랫폼어워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해외근무자·중환자 면담도 비대면 진행
서울대병원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환자 및 의료진의 감염 노출을 최소화하고, 보호자가 화상으로 환자 면회와 상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대면상담 플랫폼’을 적용 중이다.
병원은 감염 예방을 위해 코로나19 전담치료병동과 중환자실의 면회를 전면 제한하고 있다. 일반병동도 특정 보호자 외에는 자유롭게 면회가 어렵다.
이 때문에 퇴원 전까지 환자를 한 번도 못 보거나, 임종 상황에서도 일부 보호자만 임시로 면회가 허용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온라인 대면상담 플랫폼을 병원정보시스템 내에 구축, 안전하게 다자간 화상통신 및 화면공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면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환자 및 보호자는 의료진의 판단 하에 화상 면회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의료진은 화면공유 기능을 통해 영상검사 결과, 임상관찰기록 등 시각적 의료 정보를 활용해 환자 건강 상태를 보다 정확하고 심도 있게 설명이 가능해진다.
코로나19 이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 근로자의 의료상담을 지원하는 병원도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임시허가를 승인받은 인하대병원에 따르면 사업 개시 후 약 30개 국가, 160여 명이 온라인 의료상담 및 자문 서비스를 이용했다.
올해는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의료상담 협약업체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외지사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대비하기 위한 긴급 화상회의 및 의료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의료상담 전용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진행하면 지정된 시간에 대학병원 교수진(전문의)과 1 대 1 화상 상담이 가능하다.
현지 병원에서 받은 검사결과 기록에 대한 심화 자문도 가능하며, 의사의 판단에 따라 국문·영문 처방전도 받을 수 있다.
인하대병원과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케냐 등 포스코인터내셔널 해외지사 근로자들과의 화상회의는 8월 중순 현재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들 국가는 당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당국 및 현지 의료시스템의 과부하로 확산세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다.
‘위드 코로나’ 환경에 ‘위드 로봇’ 일상화
병원 내에서의 로봇 활용도 역시 높아졌다. 수술 현장에서 활약하는 장비 외에도 물품 배송 등의 서비스에 로봇을 적용하고 감염을 관리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약제 배송 로봇은 이제 중소병원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H+양지병원은 LG유플러스의 약제 배송로봇을 이용 중이다. 이는 LG전자의 스마트배송로봇 클로이(CLOi)에 관제시스템과 약제배송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로봇이다.
일반 약품을 물론, 마약성 진통제나 항암제 등 직원이 직접 운반할 경우 위험한 약품도 안전하고 정확하게 배송한다. 병원 복도는 물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자율주행하며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공간은 센서가 작동해 자동으로 운행할 수 있다.
장애물을 만나면 방향을 전환해 움직이고, 배송 중 물품 도난 방지를 위한 보안 장치도 마련됐다. 또한 직원들이 이 과정을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항암제 조제에 로봇을 도입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최근 강북삼성병원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항암제 조제 로봇 ‘아모테카케모(APOTECAchemo)’를 도입했다.
항암제는 무균상태에서 소수점까지 정확한 용량으로 조제돼야 하므로 로봇이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작업이다.
아포테카케모 조제 로봇은 의약품 외형을 360도 스캔해 약품을 확인하고, 최종 혼합액 무게를 측정 후 조제한다.
또한 5개의 헤파필터를 통해 장비 내 청정 환경을 유지하고, 무균 및 음압 유지를 통해 항암제 조제의 정확성과 환자 안전성을 높인다.
항암제 조제 시 주사침에 찔리거나 용기가 파손되는 사고로 약물에 직접 노출되는 등 부상 위험이 따르는데, 조제 로봇은 제조자와 조제 공간을 분리해 이런 위험 노출을 막아준다.
이외에도 방역 로봇, 진료실 안내 로봇 등 병원 내 로봇 활용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비대면’과 ‘비접촉’에 점차 익숙해져가는 만큼 의료진의 근무환경 또한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