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무려 98개 기업의 창업을 이끌었고, 30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에 수주한 정부 과제가 225억원에 달한다. 불과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이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 허브로 확실한 자리매김 중이다. 기업과 의사의 ‘착한만남’을 주도하며 실질적인 결과물을 쏟아 내고 있다. 이러한 독보적 성과를 감안하면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주관기관 재선정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몸을 낮췄다. 고대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구축사업 조금준 단장(산부인과)은 지난 3년 동안 축적한 경험과 인프라를 토대로 향후 3년은 국가 신성장동력이 될 헬스케어 산업을 견인해 나간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독보적 성과 기반 산업화 롤모델 위상 정립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주관기관으로 재선정됐다.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은 병원과 창업기업 간 공동연구를 활성화해 보건의료 분야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고자 보건복지부가 2019년 처음 도입했다.
구로병원은 연구 및 사업화 역량을 인정받아 서울에서 유일하게 개방형 실험실 주관기관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재선정됐다.
구로병원 개방형 실험실은 연구시설 및 장비, 기업 입주공간 등 창업기업 육성에 필요한 핵심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의료사업화를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임상의와 기업을 매칭한 공동연구회를 활발히 운영함으로써 임상의 자문, 전임상/임상 시험 지원, 기술 마케팅, 투자연계 등을 통해 융복합 혁신형 바이오헬스기업을 육성해 왔다.
그 결과 지난 3년 간 98개 기업의 창업을 이끌었고, 30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225억원 규모의 정부 과제를 수주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이들 창업기업의 기술 중 65건이 국내외에 특허 출원 또는 등록됐으며, 35건의 시제품이 개발되고, 12건의 상품은 시장에 출시되는 등 기술실용화까지 실현시켰다.
이는 다른 병원 개방형실험실과 견줘도 독보적인 성과다. 고대구로병원이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 허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여기에 기인한다.
조금준 단장은 “지난 3년 간 개방형실험실을 운영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도출했다”며 “이번 재선정을 계기로 병원 중심의 개방형 혁신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주기업만 누릴 수 있는 혜택 제공
조금준 단장은 개방형실험실 주된 목적인 ‘기업과 의사의 원활한 연계’에 방점을 뒀다. 의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입주해 병원 인프라를 통해 긴밀하게 협업하는 방식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공간’이다. 병원에서 ‘공간은 곧 비용’이라는 통념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만큼 진료와 무관한 기업에게 내줄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만큼 병원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대구로병원은 기업과 의사를 연계해 주는 개방형실험실 운영에 최적의 조건이다.
치과센터, 의생명연구원에 200평 규모의 공간을 내놨고,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에도 170평 규모의 공간을 제공하며 개방형실험실에 아낌없는 지원 행보를 이어왔다.
1기에서 거둔 성과들 역시 이러한 공간이 마련됐기에 가능했다. 기업과 의사가 자주, 함께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위치함으로써 공동연구의 시너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조금준 단장은 “기업과 의사 모두 만남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개방형실험실은 그 갈증을 풀어내고, 제품화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구심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옆에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의사들의 아이디어 제공과 공동연구가 보다 수월하고, 병원 실험장비 등도 공동으로 이용하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초 클라우드 병원정보시스템과 국제임상시험 인증 등 고대구로병원이 갖추고 있는 인프라 역시 원석(原石)을 보석(寶石)으로 탈바꿈 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연구중심병원 노하우, 혁신형의사과학자공동연구,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은 개방형실험실 참여 기업들에게만 제공되는 덤이다.
스마트헬스케어 특화 전략 구상
이번에 새롭게 실험실을 이끌게 된 조금준 단장은 2기 사업의 방향성을 ‘스마트헬스케어’로 설정했다.
정밀 의료기기, 차세대 신약 개발 등 스마트헬스케어 분야를 특화시켜 국가의 지속 성장 산업으로 견인하겠다는 포부다.
이미 의료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는 만큼 미래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의사의 참여율 제고가 필수적인 만큼 기업친화적이면서 임상의사들이 보다 의지를 갖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기업 상황별 맞춤형 지원은 물론 실질적인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의사들에게는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 개방형실험실로 향하는 발걸음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족한 K-바이오전략센터, 지역전략센터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스마트헬스케어 고도화를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조금준 단장은 “이미 고대구로병원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산업화와 제품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본격적으로 스마트헬스케어에 특화된 혁신 창업 육성의 대표 병원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환자 및 연구 중심 가치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