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내 산화티탄(이산화티타늄) 첨가 의약품에 대한 사용 금지나 대체 물질 활용 시 추가 생동성 시험 실시 등에 대한 우려는 아직 시기상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문은희 과장은 최근 불거진 산화티탄 발암 위험 이슈와 관련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안은 유럽연합(EU)이 이달초 식품 첨가물에 산화티탄 사용 금지 관련 고시가 발효되면서 불거졌다. 산화티탄은 착색이나 광택을 위해 사용되는 물질로 식품은 물론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데 산화티탄이 유전독성(발암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럽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식품과 달리 의약품에 대해선 더 긴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식약처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에 협조 공문을 보내 국내 산화티탄 사용 현황 파악을 진행했다. 제약사들은 2월18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제출 자료에는 품목명, 제형, 투여경로, 제조 및 수입, 산화티탄 배합 목적, 단위 제형당 함유량 등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산화티탄 사용 필요성이나 대체 물질 등에 대한 의견도 함께 제시할 수 있다.
문은희 과장은 "의견 수렴을 위한 자료 수집 차원에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며 "산화티탄이 어떤 약에서 얼마나 쓰이는지 등을 포함해 노출 수준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식품에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에 대해 사용 철회 규정을 고시하고, 식품은 6개월, 의약품은 3년 유예기간을 줬다"며 "우리도 이 기간 동안 좀 더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과장은 EU를 제외한 미국, 캐나다 등에서 산화티탄 발암 위험 이슈가 아직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추이를 지켜봐야 할 이유로 꼽았다.
문 과장은 "유럽과 달리 다른 국가들에서 유사한 결정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아직 산화티탄의 인체 발암 위험에 대한 과학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식약처 내부에서 자료를 살펴본 결과 호흡기계 흡입 독성에 대한 자료는 있지만, 먹었을 때 독성이 있는지에 대한 자료는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암 위험성에 대한 연구자료도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산화티탄이 의약품은 물론 캡슐형 건강기능식품 등에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 현황 조사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유럽에서 대체 물질 개발 시 추가적인 생동성 시험을 요구한 데 대한 업계에 우려 대해선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님을 시사했다.
문은희 과장은 "현재로써는 산화티탄을 대체할 물질이 없고,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추가 생동성 시험에 대한 걱정은 너무 이르며, 유예기간 동안 유럽 기업들이 대체 물질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많은 과학적 분석과 근거가 필요하기에 제약사들이 지레짐작하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여러 가지 자료와 사용 현황, 해외 모니터링 결과, 현실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