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전례없는 수혜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침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타액항원 진단키트 업체들은 씁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방역지침 변경에 따라 진단키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타액항원 진단키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까다로운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타액항원 진단키트가 코로나19 방역체계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식약처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18일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시약 정식허가를 받은 품목은 총 83개다.
지난 2020년 8월 31일 1호로 허가를 받은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시작으로 바이오세움, 시선바이오머터리얼스, 캔서롭, 코젠바이오텍 등 40여 개 업체가 진단시약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타액항원 진단키트는 여전히 식약처 허가를 받지 못해 국내 출시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타액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검사 난이도다. 코에 면봉을 집어넣는 방식 대신 타액을 검체 통에 뱉기에 통증이 없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의 경우 기존 검사에 어려움을 느끼기에 타액 검사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맘카페 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타액항원 진단키트를 역수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타액항원 진단키트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와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 타액 진단키트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현재 대표적인 업체로는 바디텍메드, 필로시스, 피씨엘 등이 꼽힌다.
바디텍메드는 국내 최초로 전문가용 타액 검사 방식 진단키트를 개발했으나 상용화는 감감무소식이다.
피씨엘도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승인 여부 단계에 묶여있다. 필로시스도 지난해 말부터 벨기에, 러시아, 태국, 독일, 호주에서 타액 진단키트 허가를 받고 수출하고 있으나 국내 출시는 막막한 상황이다.
실제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타액 검사 방식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일본은 2021년 6월부터 타액 검사를 공식 승인, 사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해외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디텍메드는 지난해 5월 타액항원 진단키트에 대해 유럽 CE인증을 받고 이탈리아, 체코,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필로시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CE, 일본 후생성과 함께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는 호주 식약청(TGA) 허가를 받았다.
피씨엘도 타액 방식 신속항원 자가진단키트를 독일, 오스트리아, 파키스탄, 모로코 등에서 타액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국내에서도 타액을 이용한 검사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업체 관계자는 "타액항원 진단키트는 해외에서는 일찍이 보급되면서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타액 검사 방식에 지나치게 우려가 크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B업체 관계자는 "기도가 발달하지 않은 아동이나 점막이 약한 노인들은 타액 검사가 수월할 수 있다"며 "오미크론 확산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타액항원 진단키트 도입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