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 2022년 전반기 인턴모집이 22일 추가모집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쳤다. 올해 인턴 모집은 그야말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주요 수련기관이 나서는 전기모집에선 일명 ‘빅5’ 병원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며 충격을 던졌다. 반면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들은 예년과 달리 지원자가 급증하며 유수 대학병원을 웃도는 관심을 모았다. 규모가 작은 수련기관이 대상인 후기모집 역시 평소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모집에 나선 병원 절반 넘게 충원에 성공했다. 지원자가 경쟁률을 넘는 병원들도 적잖았다. 병원계에선 올해 전기모집에서 유독 탈락자가 많았던 점, 그리고 수련환경에 대한 예비 전공의들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반기 모집을 마무리하는 추가모집 결과와 함께 이번 인턴모집 양상을 되짚어봤다. [편집자주]
2022년도 인턴 추가모집 역시 예상을 깨고 6명 모집에 6명 지원으로 경쟁률 ‘1대 1’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추가모집에 나선 대다수 병원들이 지원서를 한 장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마감했던 예년에 비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결과다.
올해 추가모집에 나선 수련기관은 총 3곳으로 모집인원은 6명이었다. 지난 2020년 73명, 2019년 90명의 인원을 선발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추가모집 정원이 굉장히 적은 편이다.
지난 후기 모집에서 대다수 병원이 충원에 성공하며 추가모집에 나서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온종합병원은 1명 모집에 1명이 지원했으며, 김원묵기념봉생병원은 3명 모집에 4명이 몰렸다. 다만 청주한국병원은 2명을 모집하고 나섰지만 지원자는 1명으로 유일하게 충원에 실패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평소에 비해 정원이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추가모집은 후기모집에 실패한 병원들이 신청해 진행되는데 올해는 추가모집을 진행하지 않는 병원도 많아 인원이 거의 없다”라고 전했다.
세브란스‧서울아산 ‘미달-NMC‧중앙보훈병원 ’경쟁률 최고‘
앞서 지난 달 25일 마감된 전기모집은 올해 인턴모집에서 가장 큰 이변이었다.
먼저 ‘빅5’ 병원의 부진이 가장 이목을 끌었다. 국내 최대 규모 병원으로 전공의 모집에서도 항상 높은 경쟁률을 유지했지만 인턴 모집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33명 정원에서 한 명 모자란 132명이 지원하며 0.99:1 경쟁률을 보였다. 세브란스병원은 155명 모집을 공고했지만, 148명이 지원하며 0.95:1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서울대병원 1.05:1, 가톨릭중앙의료원 1.17:1, 삼성서울대병원 1.16:1 등으로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하지만 일부 지원자들은 “예전에 비해선 경쟁률이 많이 낮아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기모집 흥행의 주역은 따로 있었다. 공공병원들은 빅5 병원들보다도 훨씬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전에 없는 성적을 거뒀다.
먼저 국립중앙의료원(NMC)은 28명 정원에 65명이 지원하며 무려 2.32: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데일리메디가 조사한 70개 수련기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전기모집에 나선 수련기관은 총 79곳이었다.
이어 중앙보훈병원도 27명 정원에 46명이 원서를 접수하며 1.7:1의 경쟁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공공병원 강세 현상에 대해 병원계 관계자들은 몇 가지 원인을 꼽았다.
먼저 근무 여건이다. 공공병원의 경우 감염병 업무를 전담함에 따라 다른 병원에 비해 인턴 업무부담이 훨씬 덜해졌단 것이다. 다만 NMC 측은 코로나19 업무가 인턴 수련과정에 영향이 미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지던트 과정에서 인기과를 목표로 하는 지원자들의 경우 ‘자교 우선주의’ 걱정이 없는 공공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순혈주의’가 강한 세브란스병원은 빅5 병원 중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한편, 데일리메디가 조사한 전기모집 70개 수련기관 중 공공기관 다음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상계백병원(1.41:1)이었다. 상급종합병원들을 제치고 대학부속 2차병원 중에선 가장 많은 전공의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어 올해 전공의 수련병원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울산대병원(1.36:1)이 뒤를 이었다. 울산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중소병원 위주 ‘후기모집’도 흥행…대다수 충원 성공
후기모집은 전기모집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공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병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4일 인턴 후기모집에 참여한 24개 수련병원 지원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병원은 총 173명 모집에 지원자는 248명으로 경쟁률 1.43대 1을 기록했다.
한림병원과 김원묵기념봉생병원, 대동병원, 좋은삼선병원 등 4곳을 제외한 20곳이 충원에 성공했으며, 지원률이 미달인 병원들도 모두 1명 이상의 지원자를 확보했다.
인턴 후기모집에서 가장 많은 지원자를 확보한 병원은 서울의료원으로, 27명 모집에 48명이 지원해 경쟁률 1.78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의 분당제생병원은 17명 모집에 34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대 1을 넘어섰으며, 한일병원 역시 10명 모집에 19명이 몰려 안정적 충원에 성공했다.
공공병원 또한 예비전공의들의 관심을 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찰병원은 16명 모집에 30명이(1.88), 서울적십자병원은 6명 모집에 11명(1.83)이 원서를 접수했다.
지방의 부산보훈병원(1)과 전라북도군산의료원(1.75) 또한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아쉽게 충원에 실패한 병원들도 있었다. 김원묵기념봉생병원은 5명 충원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3명에 그치며 0.6:1 경쟁률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번 추가모집에서 정원보다 많은 지원서를 접수 받으며 충원에 성공했다.
이외에 한림병원(0.33)과 좋은삼선병원(0.86), 대동병원(0.56) 등이 경쟁률 미달으로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의료계에서는 후기모집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혹독한 인턴 수련과정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려는 요즘 젊은의사들의 성향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중소병원은 대형병원에 비해 업무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편하게 보낼 수 있으며 전공의들에게 가장 중요한 레지던트 전문과목 선택과 관련해 인턴 수련 성적관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에 지난 인턴 후기모집에 지원한 한 예비 전공의는 “ 전기모집에서 유난히 합격률이 낮았다"며 “수련과정을 편하게 보내기 위한 것보다는 수련과정을 빨리 이수하기 위해 지원자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