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수첩]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해야 하기 위해 의료인이 확진되더라도 격리를 최소화하는 방역지침을 놓고 의료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최근 ‘의료진 감염 대비 업무 연속성 계획'인 BCP(Business Continuity Plan)를 수립해 각 유관단체에 하달했다.
해당 지침은 신규 확진자 수에 따라 ▲7000~3만명 1단계(대비) ▲3~5만명 2단계(대응) ▲5만명 이상 3단계(위기)로 나눠 각 단계별로 확진 의료진 격리일수를 축소하고 외래진료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신규 확진자가 5만명을 훌쩍 넘겨 16만명대인 현재는 3단계를 적용할 수 있다. 초반 지침에 따르면 무증상·경증 확진 의료진은 3일 격리 후 접종완료자에 한해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일 시 업무에 복귀토록 했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은 3일 격리는 동일하지만 검체 채취일을 기준으로 하며 접종완료자에 한해 신속항원검사 없이도 근무 현장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단,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10만명을 훌쩍 넘겼고, 최근 환자와 의료진 등 원내 집단감염으로 인한 수술 연기, 응급실 폐쇄가 발생하는 등 의료공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병원들은 원내 감염율이 병원별 자체 기준을 초과하지 않으면 의무적으로 이를 시행하지 않아도 됐다.
이에 대체인력이 여유 있는 편인 상급종합병원 및 국립대병원 등은 원내 격리율이 높지 않거나 진료 차질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1단계를 적용, 확진 의료진을 최소 7일씩 격리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1단계를 적용 중이라던 병원들은 “지금까지 단계를 높이라는 정부 측의 전달이 없었다. 추후 지시에 맞춰 운영할 예정”이라는 공통적인 답을 내놨다.
분위기는 바뀌었다.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고 중수본이 이번에 개정된 BCP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재차 공문을 내려보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1단계를 적용하던 서울대병원도 최근 선제적으로 BCP를 가동했다.
이곳은 한 병동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음압병실 등으로 옮기지 않고 해당 과에서 무증상·경증환자를 진료한다고 선언했다. 원내 확진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행보에 다른 병원들도 BCP 시행 검토에 들어갔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또 실제 가동할 경우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불만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의료진 격리 일수를 두고 “의료진은 타인에게 전파를 시키지 않는 사람들이냐”, “의료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소한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하나”, “의료진이 전파시키면 면책은 되느냐”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필수진료를 유지해 의료공백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병원 BCP가 무늬만 지침으로 유지된 지 약 한 달이다.
비록 무증상·경증이더라도 질환에 걸렸다가 3일 만에 현장에 재투입되는 의료진에게 특정 일수가 지나면 감염전파력이 없다는 말이 동기부여가 될지는 의문이다.
추가 전파에 대한 면책조치에 대한 논의라도 이뤄지는 게 최소한의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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