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수첩]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의료계에서 오랜 논쟁을 빚어온 PA(진료지원인력) 제도의 합법화가 본격적인 공론화 장(場)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 실시 후 업무기준을 공개하고,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타당성 검증 시범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업무기준안에 유관단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발표한 복지부 주장과 달리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계는 즉각 다른 반응을 밝히며 갈등 양상을 보였다.
우선 PA 중심에 있는 간호사를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간협은 “복지부 업무기준안을 토대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면 간호사를 중심으로 운영해 PA가 전공의 대체품이 아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아가 PA 관리 및 운영은 간호부가 총괄해 표준화된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업무범위가 불명확한 부분 등이 명확히 규정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즉각 반대입장을 표했다. 나아가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하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의 반대 이유는 업무기준안에 주체의 혼란이 있는 업무뿐 아니라 ‘처방 및 기록’ 등과 같이 명확히 의사가 해야 할 일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의사협회는 PA 업무기준안과 관련해 조만간 ‘의료기관 내 무면허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무면허근절특위)’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전공의협의회 또한 시범사업 이전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해 이에 대한 회원들의 뜻을 모으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렇듯 의료계 반대가 거세자 병원들도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선뜻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에 의료기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참가 신청 기한을 기존 지난달 28일에서 3월 11일까지 2주 연장했다.
하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빅5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상당수 의료기관은 ‘참여할 의사가 없다’ 또는 ‘논의 중’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주저하고 있다.
전공의와 의료계 반대가 명확한 가운데 내‧외부적인 여러 부담을 껴안고 굳이 진료지원인력 관련 정책에 발을 담글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간 의료계에서 암암리에 진행되던 PA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기준안을 제시하고 이를 적용한 시범사업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의료계 여러 관계자가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 속, 목표로 하는 PA 제도화까지 달성하려면 PA 인력에 관한 인식변화나 유관단체 설득 등 복지부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범위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현재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간호법과도 연결된 만큼 일방의 주장을 무시하고 강행했다가는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악몽이 재연될지도 모른다.
그간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로만 여겨지던 PA가 제도화를 위해 첫 발걸음을 뗀 시점에서 복지부가 큰 갈등 없이 두 직역 모두를 만족시키며 안정적으로 완주할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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