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이미 세 차례 심장수술을 받은 김 모 씨(78세, 여)는 또 다시 시작된 호흡곤란으로 근처 병원을 찾았다가 승모판 역류증 진단을 받았다. 심부전 증상도 악화돼 1년에 4차례 입·퇴원을 반복할 정도였으나, 고령의 나이와 네 번째 재수술에 대해 큰 부담을 느꼈다. 이에 김 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 대신 ‘승모판막 클립(마이트라클립)’ 시술을 받았다. 사타구니 정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넣어 승모판에 클립을 장착하는 간편한 시술로 회복기간도 짧아 시술 3일 만에 퇴원했다. 상태가 안정된 김 씨는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재입원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수술이 어려운 고령, 고위험 환자들의 승모판 역류증을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 ‘승모판막 클립(마이트라클립)’ 시술 50례를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심장내과 김대희·강도윤 교수팀은 최근 국내 최초 승모판막 클립시술 50례를 달성했다.
특히 환자 평균 나이가 77세로 고령이며, 이전에 심근경색, 심부전증을 앓거나 심장 수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가 대부분이었음에도 시술 성공률 94%, 1개월 생존율 98%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승모판막 클립시술은 승모판막을 구성하는 두 개의 판 사이를 클립처럼 집어서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생기는 빈틈을 없애 혈액 역류를 감소시키는 시술이다.
개흉 수술 없이 사타구니 정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넣어 심장 내부에 도달시킨 다음 3D 초음파로 클립의 정확한 위치와 승모판의 해부학적 구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벌어진 승모판에 클립을 장착한다.
지금까지는 중증 승모판 역류증 환자에게 승모판 성형 혹은 교체하는 개흉 수술을 해왔는데, 수술 위험도가 높은 고령환자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는 수술이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도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 2020년 1월 국내 처음으로 승모판막 클립시술을 도입해 82세 고령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 환자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도입 첫해인 2020년에만 14건의 승모판막 클립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고 2021년에는 26건, 올해 2월까지 10건을 달성하며 시술 노하우를 쌓고 있다.
환자 50명 중 40%가 80세 이상 고령 환자였으며, 환자들의 STS 점수(수술 후 1개월 내 사망 예측 점수)는 평균 10%였다. 흔히 STS 점수가 8% 이상이면 고위험으로 분류돼 수술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령, 고위험 환자군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의 승모판막 클립시술 성공률은 94%였다.
1개월 생존율은 98%로, 미국 판막 수술 데이터베이스에 보고된 시술 성공률 및 생존율과 비슷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중증 시술 관련 합병증도 발생하지 않았다.
심장내과 강도윤 교수는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승모판 역류증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승모판막 클립시술이 유용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승모판막 클립시술 50례를 달성한 것은 다년 간 축적해 온 탄탄한 팀워크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고령, 고위험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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