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국내 최초로 개인용 타액 자가진단키트 품목허가를 신청했던 피씨엘이 식약처가 진행한 '제품 성능 타당성 심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며 상용화에 위기를 맞았다.
특히 회사는 지난달 25일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전문가위원회는 지난달 24일 피씨엘이 신청한 '타액 자가진단키트 성능시험 자료 등에 대한 타당성 심의'에서 만장일치 불합격 통보를 내렸다.
피씨엘이 신청한 제품은 PCL COVID19 Ag Gold 품목 중 타액을 검체로 활용하는 개인용 자가진단키트다. 피씨엘은 지난해 품목 허가를 신청하고 6개월을 기다렸으나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은 셈이다.
피씨엘은 심의 결과 ▲임상 성능 시험자료 신뢰성 ▲임상기관 적격성 ▲사용적합성시험 방법 타당성 ▲허가 타당성 인정 여부 등 4개 항목에서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먼저 임상시험을 진행한 기관에서 발목이 잡혔다.
피씨엘은 모로코 왕립병원 코로나19 진단센터에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나 이 기관이 임상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A 위원은 "임상시험기관이 임상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아닌 것 같다"며 "해당 임상시험은 ISO 15189 인증을 획득하지도 않았고, 임상 주체도, 임상 장비도 명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실한 서류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부실한 서류를 제출하고 허가를 이끌어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는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B 위원은 "임상 서류에서 연구 관계자인 회사 대표와 직원 이름이 들어가 있었는데 나중에는 오기였다고 바꾸는 등 서류 절차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C 위원은 "올바르게 제출된 결과와 평가방법이 적절했는지를 논의해야 하나 행정적인 문제, 서류상 미비 문제가 많아 검토할 것도 없이 부적격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C 위원은 또 "검체가 계속 바뀌고, 유증상자로만 서류를 냈다가 나중에는 무증상자를 포함시키고 이게 사실이라면 거짓말"이라고 일침했다.
D 위원은 "업체가 제출하는 두 번째, 세 번째 자료를 받으면 안 될 것 같다. 임상시험기관 자체도 적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이 기관에서 실시한 시험은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업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 출시를 위해서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상시험을 해야하는데, 애초에 신뢰할 수 없는 해외 기관에서 진행한 탓에 이러한 결과를 받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특히 그는 "타액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식약처에서도 빠르게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던 만큼 급한 마음이 있던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자진철회 후 모르쇠로 일관...투자자 기만 지적 쇄도
가장 큰 문제는 피씨엘 측 대응이다.
피씨엘은 지난달 25일 이미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2주일이 지나도록 이와 관련한 어떠한 공시나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피씨엘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나온다. 불성실공시법인이란 말 그대로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상장사를 말한다.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공시하지 않거나, 번복, 지연하는 경우 지정된다.
불성실공시법인은 향후 주식 매매거래 정지,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7일부터 상장사가 의무 공시 사항 외에 중요한 정보를 스스로 판단해 알리는 포괄공시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임상시험 종료 ▲품목허가 ▲기술이전 및 도입 등이 포함됐다.
피씨엘은 품목허가와 관련해 지연공시로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에도 지연공시, 공시불이행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추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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