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대한신장학회가 투석전문의 등 인공신장실 질(質) 관리를 위한 운영기준 권고안 수립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사진]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인공신장실 안전성 확보와 질 관리'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신장실 운영기준 권고안 도입 작업에 보건복지부도 필요성을 공감하는 등 최근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일정한 기준을 통한 질 관리가 곧 환자관리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혈액투석 환자 관련 의료비용은 연간 약 3조원에 달한다. 사회적 의료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신장질환자들의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인공신장실의 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인공신장실 질 관리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도 중요하다. 투석환자의 경우 면역력이 취약해 일반 환자보다 사망률이 75배나 높기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혜인 교수(한림의대 신장내과)는 “투석환자는 자가격리가 불가능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며 “2020년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유행 당시 투석환자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학회의 인공신장실 대응지침에 따라 추가적 확진자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독일, 싱가폴 등 해외 각국에서 인공신장실 관련 허가·인증제를 도입 중이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인공신장실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학회는 혈액투석 전문의 배치 및 운영기준 등을 설정한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 세부기준 권고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장학회 이영기 투석이사는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절반 이상이 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한 명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각 인공신장실마다 질 관리 차이가 큰 상황이므로 투석환자 안전성을 위한 표준화된 기준 및 체계적 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 같은 권고안 설립을 위해 오랜 기간 힘써왔으나 아직 공식화되지는 못했다. 운영규정이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 등 병원계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원민 일반이사는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투석실은 그에 맞는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며 “권고안은 말 그대로 어떤 강제성도 없는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것이다. 최소한 기준이라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태가 안 좋아져서 온 투석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환자들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고,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신규 환자를 데려오면 금품을 주는 등의 사무장병원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이라며 “이 같은 기관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권고안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양철우 이사장은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으로 평가받는 곳도 이미 제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연간 3조 이상의 큰 비용이 들어가는 신장질환에 대해 아무런 시스템이 없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도 추진 의지가 있는 만큼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논의해 의견을 수렴하고 인공신장실 내 집단감염 예방, 질적 향상 및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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