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DNA 플랫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던 국내 바이오업계의 두 회사 진로가 엇갈려 관심을 모은다. 제넥신은 임상시험 중단을 선택한 반면, 진원생명과학은 부스터샷 용도로 개발을 이어나갈 것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항암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제넥신과 감염병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연구해온 진원생명과학 간 개발 지향점 차이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최근 개발 중인 DNA 백신 개발 유지에 대해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제넥신의 경우 지난 3월 11일 공시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이던 DNA 플랫폼 기반 코로나19 백신 후보 ‘GX-19N’의 임상 2/3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제넥신은 발표에서 “현재 세계 백신시장 수급 상황에 비췄을 때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글로벌 임상에 돌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현재 임상 순항 중인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제넥신은 14일 면역항암제 ‘GX-17’ 및 암 치료용 DNA 백신 ‘GX-188E’와 미국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를 함께 투여하는 삼중병용요법에 대한 연구자 주도 2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히면서 항암 연구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진원생명과학은 제넥신과 달리 자사 백신 ‘GLS-5310’ 개발을 속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임상 계획을 일부 변경, 부스터샷 시장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진원생명과학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을 조기 종료한 뒤 부스터샷(추가접종)용 백신으로 임상 계획을 변경하는 방안을 식약처와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백신 보급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부스터샷 시장 집중으로 전략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의 선택이 엇갈린 원인으로는 회사 파이프라인의 ‘뿌리’가 꼽히고 있다. 두 회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 주력했던 분야가 달랐던 까닭에 이번 선택도 나뉘었다는 것이다.
제넥신의 경우 앞서 언급한 GX-17과 GX-188E 등 항암 라인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한다. 이중 GX-188E의 경우 GX-19N와 DNA 백신 플랫폼을 공유한다. 머크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을 통한 자궁경부암 치료를 중점적으로 연구 중이다.
반면 진원생명과학의 파이프라인은 감염병 예방 백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지카바이러스, 대상포진, C형간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예방 백신을 주요 개발 제품으로 한다.
백신 전문가인 김정기 고려대 약대 교수는 “제넥신은 그동안 암 백신을 비롯해 항암 파이프라인을 주로 개발했고, 진원생명과학은 감염병 파이프라인을 주력으로 내세웠다”며 “당장 역량의 차이라기보다는 회사 간 개발 지향점이 달라 나뉜 선택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다만 아직 두 회사 모두 개발 완료를 통해 역량을 증명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방향성을 선택한 만큼 이제 암 백신이 됐든 감염병 백신이 됐든 개발을 완수해 기술력을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편,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 모두 각사 결정에 대한 실행 의지를 드러냈다.
제넥신 관계자는 “그동안 본사 주요 파이프라인이었던 면역항암제 및 암 백신에 다시 한번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임상 진행 경험이 향후 항암제 임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만 감염병 백신 분야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며 “향후 새로운 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하거나, 현재 코로나19에서 치명적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연구를 재개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임상 경험이 있는 만큼 보다 빠르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감염병 백신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만큼 이번 코로나19 백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부스터샷용으로 전환해 개발을 완료하고 시장 진출을 노리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에서 DNA 플랫폼 백신 ‘자이코브-디’가 최초로 허가를 받은 만, 향후 DNA 백신 분야 성장세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기존에 개발해왔던 지카바이러스, SFTS 등 파이프라인 개발 완수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