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이슬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다양한 성별, 직업군으로 사외이사 구성을 다원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지배구조 투명화와 변화하는 제도 환경에 대응하고자 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매출 1조원 이상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 여기에다 오는 8월부터 특정 성(性)만으로 기업의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시행으로 변화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먼저 지배구조 면에서 다소 낮은 평가를 받아왔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려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영입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유니스경희 교수는 여성 임원으로, ESG위원장에 이어 감사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박재완 전(前)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우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도 사외이사로 새로 합류하게 된다. 박 전 장관은 고용노동부 장관도 역임했으며, 삼성전자 사외이사로도 6년간 활동했다.
이창우 명예교수는 한화손해보험 사외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사회 구성 다변화로, 업계 평균보다 낮은 지배구조 점수를 회복해 나갈 예정이다.
한미약품도 등기임원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황선혜 숙명여대 영문과 명예교수를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로 선임코자 한다. 주총을 통과하면 6년만에 처음 이사회에 여성 인사가 합류하게 된다.
이와 함께 법조계 인사도 사외이사로 합류한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오늘 김필곤 대표변호사가 신규로 선임되며, 기존 사외이사로는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가 재직 중이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의 아들 임종윤 대표가 물러나면서 최대 지분을 가진 배우자 송영숙 회장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임 대표의 사임으로 사내이사는 1명 줄고, 사외이사는 1명 늘어 지배구조가 개선된다. 지주사 역시 법조계 출신 인사를 영입한다. 사외이사 신규 선임 2명과 재선임 1명이 안건에 올랐다.
곽태선 에스앤엘파트너스 선임미국변호사와 김용덕 김앤장법률사무소 기업법연구소장이 신규로 영입하게 됐고, 공정거래·조세·의약·형사 파트 전문가인 신유철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재선임할 예정이다.
셀트리온도 그동안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이 없었지만 올해 새로 선임하고자 한다. 의사 출신 고영혜 제주한라병원 병리과 과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 것.
이외에 5건의 사외이사 재선임 의안도 올라와 있다. 김근영 경실련 공동대표,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유대현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교수, 이순우 한리대 경영학과 석사, 이재식 공인회계사가 대상이다.
유한양행 지배구조 개선 등 선제 대응
유한양행은 사내이사 8명,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2명은 지난해 모두 신규 선임됐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ESG 경영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일찌감치 수술에 나섰다.
작년 3월 여성 사외이사인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를 선임했고,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이사회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전원을 이사회로 구성했다.
GC녹십자는 여성 사내이사인 남궁현 국내영업 부문장을 올해 재선임 대상으로 주총 안건에 포함시켰다. 사외이사는 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가 연임하게 된다.
종근당과 대웅제약, 광동제약은 다른 기업들처럼 올해 사업보고서 제출 이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ESG 경영 가운데 지배구조 부문에 있어 임원 구성 다양화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종근당은 현재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 감사 1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올해 창동신 서울대 약대 교수가 신규 선임되고,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선임하지만, 이들도 모두 남성이다.
대웅제약도 이사회 전원이 남성이다. 이번에 김대덕 서울대 약대 교수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 3명으로 바뀐다. 김홍철 기업리서치 이사, 김영진 구로우리들의원 원장이 기존 멤버다.
광동제약 이사회 역시 모두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3명의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 등 총 6명이며, 작년 3월 양홍석 사외이사가 중도 퇴임하면서 올해 법조계 출신 이상원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출 1조 이상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며 "올해부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며, 여성 임원 포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하반기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재무적 요인에 대한 가치가 나날히 중요해지는 만큼 변화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체적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 ESG 경영에 더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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