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체내 이식한 뒤 버튼을 눌러 정확한 양의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반영구적 장치가 개발됐다. 약물을 주사로 투여하던 만성질환 환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최영빈,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팀은 피부 위에서 손쉽게 버튼 클릭으로 정교한 양의 약물을 체내 주입할 수 있는 '이식형 약물전달 디바이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당뇨병이나 고도비만과 같은 만성질병을 앓는 환자는 치료를 위해 인슐린 등의 약물을 매일 3~4회 자가 주사 투여한다. 이런 방식은 바늘 공포증, 통증, 감염, 찔림 사고와 같은 단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체외 착용형 약물주입기를 개발한 적이 있지만 오랜 시간 피부에 접착제 스티커를 부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식형 약물주입기도 개발했지만 배터리 교체를 위한 큰 이식 수술이 반복적으로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장치 단점을 보완해 환자 편의성을 높인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장치는 무전원 기계식 구동으로 배터리 교체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 국소 마취로 이식이 가능해 환자 부담도 적다.
특히 단 한 번의 체내 이식으로 버튼 클릭으로 약물을 정확하고 손쉽게 주입할 수 있다. 장치 안에는 충전 포트와 약물 저장소가 장착돼 있어 기기 교체 수술 없이 주사로 약물을 보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체내 비만·당뇨 관련 약물 주입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기존 바늘 피하 주사 약물 투여 군 ▲디바이스 이식 버튼 클릭 약물 투여 군으로 나눠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당뇨·비만 치료제(exenatide), 인슐린(혈당 저하 유도), 글루카곤(혈당 상승 유도)을 탑재한 약물 전달 기기를 실험 군에 각각 이식해 28일간 관찰했다.
그 결과, 당뇨·비만 치료제의 경우 두 그룹 모두 음식 섭취량과 몸무게 감소 수준이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경우에도 혈당을 낮추거나 상승시키는 정도가 두 그룹에서 유사하게 확인됐다. 이는 약물 전달 기기가 기존 바늘 주사 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기기를 이식하고 56일 동안 특이한 이물반응이나 독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약물을 바늘 주사로 투여하던 방식을 탈피해 환자 스스로 바늘 없이 편리하게 약물 주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환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도 "향후 비만·당뇨 관련 약물 이외에도 자가 주사로 투여되던 다수의 약물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 약물 치료 편의성을 높이는 차세대 의공학 기술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화학공학자협회 '바이오엔지니어링 앤드 트랜슬레이셔널 메디신' 최근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