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경증 응급환자를 전담하는 '한국형 급성기클리닉' 지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경증 응급환자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을 늘려 대형병원 응급실 쏠림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응급의학 전문의에게 개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17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급성기클리닉을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EM365 판교연세의원에서 한국형 급성기클리닉 지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응급실 과밀화는 의료계 오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정책이 시도됐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코로나19 사태로 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형민 회장은 이날 "코로나19 사태 속에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일상으로 회복도 아직 요원하다"면서 "많은 환자가 119구급차 안에서 길거리를 헤매고 있고, 상급병원은 밀려드는 환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급성기클리닉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급성기클리닉은 염좌 부상, 감기 등 경증 응급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가지 않고 동네에서 손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외상 진료에 특화된 만큼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적합한 시스템으로 꼽힌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외국에서 일찍이 활성화가 된 시스템이란 게 이 회장 설명이다.
이 회장은 "미국의 경우 9000여 곳이 넘는 '어전트케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며 "경증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있다 보니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어전트케어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36% 가량 줄어들었다.
이 회장은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증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경증 응급환자를 진료를 할 수 있는 급성기클리닉이 많아진다면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년 하반기 2~5개, 연간 5~6개 급성기클리닉 구축 계획"
이 회장은 이날 구체적인 컨설팅 계획도 발표했다.이형민 회장은 "개원을 원하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성공적으로 개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 2~5개, 연간 5~6개 급성기클리닉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원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는 6개월간 EM365 판교연세의원에서 부원장으로 근무해야 하는 원칙이 있다.
초기에는 주말, 공휴일에는 진료를 전담하고 평일에는 개원에 필요한 미팅, 중기는 대표원장과 진료하며 직접 트레이닝, 말기에는 개원관련 필수 미칭, 실제적 준비 등을 진행한다.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급성기클리닉을 운영하기 위해 교육받고 있다. 개원 관련 교육은 이들은 오는 9월 수도권 2곳에 EM365를 개원할 예정이다.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다양한 개업 형태도 관건이다. 현재 가장 기본적인 모델은 통증클리닉이나 응급의학의사회는 요양병원이나 고압산소 주입 치료를 하는 고압치료클리닉도 구상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 해소를 위한 대면 치료의원 및 코로나19 후유증클리닉도 구축한 상태다.
코로나19 확진자 대면치료 클리닉의 경우 기존 병원시설을 이용해 업무시간 후 예약제로 수액치료와 기타 대증치료, 엑스레이 및 혈액검사 등을 제공해 확진 초기 환자 경중을 파악하고 초기치료로 악화를 예방하면 응급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추후 확진자 감소에 따라 롱코비드 후유증·치료센터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다.
다만 급성기클리닉 활성화도 결국 수가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 회장 설명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체제에서 응급의학 전문의가 개원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며 "급성기클리닉이 국내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전문성을 수가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에서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줄기 바란다"며 "의사회에서도 적정 수가를 받기 위해 급성기클리닉 효용성에 대해 근거를 마련하는데 집중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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