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형간염 치료제 ‘헵세라’가 단종 수순에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걱정을 감출 수 없었다. 현재도 약을 복용 중인 수많은 환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오리지널은 아니더라도 제네릭(복제약)이라도 복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네릭마저도 이번 달 대거 허가가 만료되면서 시장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다.
아직 10여개 회사가 헵세라 제네릭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 철수를 결정할지는 미지수다.
헵세라는 아데포비어 성분의 B형간염 치료제로, 이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약이다. 헵세라 출시 이전에는 ‘제픽스’로 알려진 라미부딘 성분 제제가 치료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라미부딘의 경우 복용을 하다가 내성이 생긴 환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헵세라는 제픽스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물론 현재는 B형간염 치료제로 더 좋은 ‘옵션’이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의 경우 헵세라와 제픽스의 병용요법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비리어드와 성분은 같지만, 용량을 대폭 줄여 부작용을 줄이는 데 성공한 ‘베믈리디’도 있다.
제약사들이 헵세라 생산을 중단한다고 나선 이유 또한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이었다. 이전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현재 복용 중인 환자들도 다른 치료제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생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사업적 시각이 아닌,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B형간염은 완치가 없다. 꾸준한 약 복용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인 만큼 환자들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일반적으로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익숙함’을 선호한다.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환자들은 약을 바꾸는 데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제픽스 복용 중 내성이 생긴 환자들이 보통 헵세라로 약을 바꿨다는 점이다.
내성으로 인해 약을 교체한 환자들은 더 더욱 약을 바꾸는데 공포감을 느낀다. 의료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약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체한 약이 내성이 안 생겼는데 다시 약을 교체했다가 그 약에는 내성이 생기면 어쩌란 말인가?’ 이것이 약을 바꾼 환자들에게 재차 약을 바꾸라고 했을 때 환자들의 생각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현재 제약업계의 헵세라 단종 수순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헵세라를 장기 복용 중인 환자들, 특히 제픽스 내성 이후 헵세라에 정착한 환자들의 불안감은 어쩌란 말인가.
제약사들은 사업의 특성상 어느 정도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그들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들이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제약사들이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아직 헵세라 제네릭에 대한 허가가 남아있는 제약사들이라도 환자들을 위해 생산을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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