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국내 M사가 판매하고 있는 골밀도측정기가 방사선 조사 시 필수로 작동해야 하는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등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성능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해당 장비는 타사 동종 제품과 비교해 20배가 넘는 방사선 조사량이 검출돼 피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4년 창립한 M사는 영상진단장비를 개발, 생산하는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108μm(마이크로미터) DXA 연구용 골밀도 및 체성분 분석장비를 출시했다.
현재 국내외 국공립연구소와 대학 연구소에 장비를 도입하고 있으며 SCI급 논문에도 꾸준히 연구 성과를 게재하며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M사가 제작, 판매하는 골밀도진단기에서 결함이 발견돼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골밀도진단기에서 방사선을 조사할 때 필수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방사선 경고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촉발됐다.
진단방사선 의료기기 관련 법령인 '방사선 기기설계 승인 및 검사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방사선기기를 사용할 경우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방사선 장비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적절한 경고로 주의를 환기해야 한단 얘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진단용 엑스선 촬영장치' 개별 규격에서도 방사선이 조사 중에 있다는 것을 황색 표시등이나 LED를 이용한 그림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메디코어스 골밀도진단기는 방사선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경보나 알림이 울리지 않았다. 실제 휴대용 방사선 계측기에선 경보가 울리지만 해당 장비는 어떠한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방사선 조사량도 110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타사 동종 제품과 비교해 20배가 넘는 수치라 방사선 피폭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110μSv는 인체에 유해(有害)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예상보다 많은 방사선량에 노출되고 있던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2년 전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A 원장은 "환자의 경우 1년치 방사선을 한 번에 맞은 거고 의료진은 무방비로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던 게 문제"라며 격분한 감정을 쏟아냈다.
A원장은 "고가 장비에서 이런 결함이 생겼는데 업체는 사과는 커녕 은폐하기에 바쁘다"며 "일부 병원은 반품 요청하거나 소송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회사 측 대응을 문제로 지적했다.
M사는 항의가 이어지자 장비를 보급한 병원을 돌며 프로그램을 조작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영업사원이 병원을 무단으로 침입, 프로그램을 조작하려 해 문을 걸어두기도 했다는 게 A원장 증언이다.
현재 전국 병의원 약 200곳에서 해당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은 M사가 장비 성능을 부풀리기 위해 '꼼수'를 부리다 탄로가 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사선 장비는 선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핵심인데, 메디코어스는 이 기술이 부족해 선량이 불규칙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방사선 조사량을 임의로 높여 선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 과정에서 경보 시스템 등에서 결함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한방사선사협회도 M사를 상대로 실태 조사에 나선 상태다.
대한방사선사협회 관계자는 "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전국 병의원 4곳을 방문해 이상 문제를 점검했다"며 "업체에서 대부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한 상태라 지적된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병원을 찾아 추가 조사를 진행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M사는 "경쟁사 모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