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병원에서 인사관리 중요성이 각인됐다고 병원계 인사들이 입을 모았다.
전에 없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조직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지급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 많은 경험을 했다는 전언이다.
27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2022 KHC-STM’ 세미나에선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병원 책임자들이 연자로 나서 이 같은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좌장을 맡은 김종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병원이란 조직 특성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구성원이 많다는 것”이라며 “병원만의 독특한 문화는 감염병 사태란 특수한 상황에서 그 특징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들 패널은 이 같은 김 교수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정승용 서울시보라매병원장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다. 특히 인력배치 상황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코로나 상황을 통해서 얻은 것도 있고, 어려운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어려움은 직무 유연성의 문제”라며 “행정조직뿐만 아니라 간호사, 의사, 교수들도 멀티플레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감염병 사태 이후에도 조직 유연성 측면은 고민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관리 외에 아쉬웠던 점으로 정 원장은 “임상실험이나 항체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병원에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기회가 된다면 병원 차원에서 감염병에 대비한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병원 중 처음으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한 평택박애병원의 김병근 병원장도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김 병원장은 “전담병원 전환에 대한 의사 결정은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후 각종 시설배치 등에 대한 사안도 같은 방식으로 빠른 시간 내에 결정됐다. 감염병 사태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전략은 신속한 의사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당시 20~30%의 직원들이 병원을 이탈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직원들을 ‘사명감’으로 설득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정부의 보상안이 구체화되기 전에 코로나19 업무에 배치되는 직원들에게 특별수당을 약속했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동경영’이 아닌 ‘경영적인 관점에서의 적절한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도전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선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일종의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특히 의료 외 인력을 다수 활용해 고용창출의 효과도 도모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패널로 나선 추영수 고려대안암병원 간호부장은 “코로나19 유행이 확대되면서 간호사 업무부담이 늘었다. 보상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비대면 플랫폼을 의사소통에 적극 활용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는 간호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던 계기였다. 또 간호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얻은 것은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다음 대유행이 올 때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김영진 시화병원 PI실장은 “코로나 시국에서 가장 유연하게 대처한 파트는 간호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직의사들의 역할이 중요했다”며 “진료과를 막론하고 코로나 진료현장에 두루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보직의사들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센터 소장을 역임했던 김재학 뷰브레인 헬스케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것들은 앞으로 유지되거나, 혹은 발전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병원은 기본적으로 ‘똑똑한 조직’으로 감염병사태를 잘 극복 해냈다. 하지만 인사 관리에 대해선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한 컨설턴트가 말한 것처럼 병원의 조직관리 체계는 아직 ‘구시대적’이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