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코로나19로 우리와 환자가 떨어진 지가 2년이다. 그 사이 환자 상태는 더 나빠졌고 치매는 결코 경증이 아닌데도 점점 경증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약과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치료 환경은 여전히 나쁘다.”
대한치매학회 박건우 前 이사장(고려의대 신경과학교실, 現 명예회장), 이애영 前 회장(충남대병원 신경과)은 이들의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열린 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박기형 前 총괄학술이사(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現 기획이사)도 함께 참석했다.
박건우 이사장은 “그동안 학회는 치매를 예방하고 또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밖에 나가 운동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며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전혀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요양원에 계신 분들은 2년 동안 가족을 보지 못하고 사람과의 밀접한 관계가 끊어졌다”며 “병원에도 못 오고 요양원에서도 환자를 내보내지 않아 환자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애영 회장도 “외래에서 검사를 해보면 증상이 악화된 환자가 정말 많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학회가 분주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이사장은 “이제 곧 고위험 환자들을 만나게 될 것 같은데, 학회 차기 집행부에서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며 “대국민 소통에 나서고 외국 학회와 협약을 맺는 등 국제적인 교류를 강화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등 타과와도 협업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에서 조건부 승인 출시된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을 포함해 근래 치매 극복을 위한 신약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어 학계의 관심이 뜨겁다.
아직까지 해당 약들의 임상적 효과·비용효과 등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향후 이 같은 초기 치료 약제가 국내에 도입될 때를 대비해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제로 꼽히는 것은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다. 이애영 회장은 “치매에 대한 중증도가 계속 내려가면 치매 환자들을 경시하게 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건우 이사장은 “흔하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은 치매를 경증으로 분류했는데, 암도 흔하고 예방이 되니 암도 경증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중증도를 낮게 측정해두면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를 볼 필요가 없는 질환이 되고 의원으로 환자가 쏠린다”며 “이러면 앞으로의 신기술을 적극 대응할 수 없고 치료 여건은 더욱 나빠진다”고 일침했다.
또 “치매를 중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의료계에서는 중증도가 낮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차기 집행부가 TF를 만들어 이를 적극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형 학술이사는 “치매 환자를 보는 시간은 일반 환자를 보는 시간의 3배 이상 걸린다”며 “그만큼 질환의 중증도는 커지는데 건강보험 기준의 중증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차세대 약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별해 환자를 모아야 하고, 고도의 기술을 접목시켜야 한다”며 “그런데 1차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발생 자체 막는 방향으로 치료 전환 전망, 진단 급여화 등 과제
이애영 회장은 “아두카누맙처럼 질병의 원인·병리 소견에 변화를 주는 약물이 개발되면서 발생 자체를 막는 데 치료 목표의 초점을 두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말 처럼 100세, 150세 시대를 맞아 치매 초기 치료는 더욱 중요한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병은 있지만 증상이 없는 환자들을 선별해 초기 치료하기 위한 MRI·PET 검사 등의 급여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학회의 또 다른 과제다.
박기형 학술이사는 “효과가 확실한 약들이 나오면 젊은 나이에도 상시 검사받을 수 있도록 PET 검사 급여화 등을 논의할 것이다”며 “지금도 상담료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담 환경은 매우 중요한데, 상세히 설명할수록 치매 환자가 약을 덜 먹고도 좀 더 건강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부연하면서 “이번 집행부가 많은 진척을 이뤘는데 나머지는 차기 집행부 몫”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