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수첩]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 정부'가 개막한 것이다.
취임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향후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유추해볼 수 있는데, '과학·기술'이란 키워드가 주목됐다. 과학과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성장과 도약을 이끈다고 해석된다.
과학과 기술, 혁신이 한 데 어우러진 유망 분야 중 하나는 '제약·바이오'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의약품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국부 창출을 위한 먹거리이면서 동시에 국민 안전 및 생명을 담보하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이런 취지에서 'K-바이오' 육성을 위해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정책과 제도를 도입했지만, 임기 5년 동안 제약·바이오업계가 숙원했던 정부 직속 컨트롤 타워 설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히 순번이 밀린 것이다.
이에 제약·바이오업계가 새 정부에 기대감은 매우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정부 직속 컨트롤타워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칭)' 신설을 약속한 바 있어서다.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총괄해 중복되는 내용 없이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어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바이오 관련 지원 제도 및 정책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부처 간 칸막이 발생으로 지원 확대 및 규제 혁신이 어렵다"고 여러차례 피력한 바 있다.
실제 우리는 지난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정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초기 백신 수급이 느렸고, 백신·치료제 개발도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처졌다.
미국의 경우 보건의료 R&D를 총괄하는 '국립보건원(NIH)'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본도 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관련 사업과 예산을 총괄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같은 조직이 있어야 연구개발·세제 지원·규제 개선·인력양성 등의 과제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는 점이다. 국가 차원의 과감한 연구개발 지원과 투자 확대 등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는 포함된 이 공약이 최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선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일각에선 통합 거버넌스 구축 공(公)약이 '공(空)약'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새 정부 출범 후 으레 과거 정부 흔적 지우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육성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면서 동시에 국민 생명권 보호 차원에서도 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다. 정부의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이 필수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을 통한 성장이 자유를 굳건하게 한다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가시화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