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에 대해 흔히 ‘마루타’라는 용어를 떠올리며 인체 실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다.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임상시험을 보는 시선은 어딘가 불편한 것 같다.
암 분야에서 임상시험은 어떤 약물이 사람에게 효과적인지 혹은 안전한지를 입증하는 과정이다. 경우에 따라 약물뿐만 아니라 수술 방법, 보조적인 치료법, 진단 및 예방법이 포함된다.
신약을 개발하고 첫 단계로 실험실에서 전임상실험(세포 실험 및 동물 실험)을 시행한 이후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단계를 1상 임상시험이라고 한다.
1상 임상시험에서 안전하다고 확인된 용량에서 항암 효과성을 확인하는 단계가 2상 임상시험이다.
3상 임상시험은 신약과 표준 치료법을 비교해 연구하는 단계로서 이전 단계의 임상시험을 통해 이미 효능과 안정성이 어느 정도 파악돼 있을 때 시행된다.
기존 약제와의 비교를 위해 대개 무작위(random) 배정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절반의 확률로 신약 치료(시험군)에 배정되거나 표준 치료(대조군)에 배정된다.
환자들 중에는 대조군으로 배정되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전까지 알려진 가장 표준적인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씀드리곤 한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최근 신약 치료와 치료법은 임상시험 결과로서 효과가 입증됐다는 점이다.
국내 및 전세계적인 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미국국립종합암센터네트워크(NCCN)도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임상시험 참여를 긍정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에서도 여러 임상연구가 진행 중인데, 최근에는 임상시험 참여를 원해서 외래를 찾아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
3년 전 더 이상 맞는 치료제가 없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한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전이성 유방암이었고 암 조직에 '허투(HER2)'라는 표적이 있는 경우였는데, 표준 치료로서 사용 가능한 모든 약을 3차 치료까지 투여하고 암이 진행된 상태였다.
당시에 ‘엔허투’ 라는 신약이 2상 임상시험 중이었는데 환자와 상의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다행스럽게도 두 달 정도 투약한 뒤 환자 폐(肺)와 피부에 다발성으로 전이된 병변이 현저히 감소해, 현재까지도 좋은 반응을 유지하며 외래에 다니고 있다.
"항암제 등 임상시험 참여시 주치의와 상의 꼭 필요"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은 환자가 참여한 임상 시험을 통해 약효가 입증돼 미국 FDA 승인을 받았고, 곧 우리나라에서도 사용이 될 것이라고 기대되는 신약이다.
이처럼 임상시험에 참여함으로써 효과적인 약에 대해 먼저 혜택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임상시험은 장단점이 있고 참여 여부 결정은 최종적으로 환자 본인이 해야 하며, 임상시험 참여를 원한다고 해서 모두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마다 정해져 있는 선정 기준과 제외 기준이 있다. 특히 표적항암제의 경우 환자의 암에 표적이 있어야 투약이 가능하다.
신약마다 효과를 기대할 만한 대상 환자군이 정해져 있고, 신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건강 상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임상시험 참여는 기존까지 맡아 치료해주시던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가 필수적이다. 주치의 선생님이 임상시험 참여를 권유하는 경우에는 숙고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맞는 임상연구가 있는지, 어느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를 주치의에게 물어보는 방법 외에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임상시험이나 임상연구정보시스템(CRIS) 검색을 사용할 수도 있다.
요컨대, 필자는 임상시험 참여는 인체실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암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을 여러 치료 방안 중 하나로 긍정적으로 고려하길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