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체외진단 의료기기 업체들이 성장 전략 모색에 분주한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의존한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 차기 블루오션 개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 랩지노믹스, 바이오니아, 제놀루션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역대 최대 실적으로 기록하며 호황을 누린 진단키트 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체제 구축에 나섰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확장
먼저 코로나19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사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M&A로 해외직판 지역을 확대하고 글로벌 유통망을 넓혀 진단키트 분야 글로벌 톱 티어로 성장하겠단 전략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각지에서 진단기기 유통사와 제조사를 인수하며 업계에서 가장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시장 2위 진단기업 ‘에코 디아그노스티카’를 470억 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올 들어 독일 ‘베스트비온’, 이탈리아 ‘리랩’ 등을 인수했다.
특히 이들 모두 지분 100% 취득으로 인수금액만 1200억원을 넘는다. 반년 만에 유럽과 남미에 기반을 둔 진단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해외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인도 현지 공장에도 400억원을 투자해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혈당측정기 개발사 유엑스엔의 지분 33.9%를 380억원에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회사는 현재 미국 시장 진입을 도울 수 있는 현지 기업 인수도 검토 중이다.
진단키트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코로나19 이외에도 말라리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혈당 측정 등 다양한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매개감염,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진단제품에 더욱 집중해 전 세계 진단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신약으로 손 뻗은 랩지노믹스, 면역항암제 연구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은 기업 중 하나인 랩지노믹스는 신약개발 업체 큐어로젠을 주축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큐어로젠은 2021년에 설립된 신약개발 업체로 랩지노믹스는 큐어로젠 지분 6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회사는 지난 1월 큐어로젠 지분을 인수하며 ‘CD47’ 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신약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소수 지분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현재 미국 세포치료제 개발사 ‘메디진’ 지분 3.7%, 영국 면역항암제 개발사 ‘옥스박스’ 지분 12.2%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바이오벤처 ‘에이비온’ 지분 1.9%, 면역 진단업체 ’켈스‘ 지분도 10% 가지고 있다.
또 자회사 진앤투자파트너스를 통해 RNA 항암신약 개발사 네오나에도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을 위해 인력 배치 등 사내 구조 개편에도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연구개발 조직을 확장해 신약 사업 부문을 신설하며 연구 역량을 키우고 있다.
바이오니아, 신약·화장품 등 사업 영역 확대
바이오니아도 오랜 기간 쌓아온 업력을 바탕으로 신약과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리보핵산(RNA)을 표적으로 삼는 신약과 탈모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자회사 써나젠을 통해 폐나 신장을 딱딱하게 만드는 특정 RNA를 겨냥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주성분 안전성 이슈로 탈모 화장품은 국내 출시가 좌초된 상황이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식약처에서 리보핵산을 주성분으로 하는 신청품목이 화장품법에 따른 물질이 아니라는 사유로 거부 처분을 통보 받았다.
바이오니아는 현재 유럽,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우선 선보이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했다. 현재 올해 4분기 내 유럽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제놀루션도 액체생검과 그린바이오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물색 중이다. 액체생검 분야는 혈액 및 소변 한방울로 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유망시장으로 체외진단 사업 확장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리보핵산 기술을 바탕으로 농약 및 동물용 의약품 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펀드 등을 활용해 국내외 기업 투자도 추진한다.
씨젠, 투자보다 연구개발...분자진단 대중화 몰두
진단키트 대장주로 꼽히는 씨젠의 경우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분자진단 대중화’라는 가치에서 찾고 있다. 투자보다는 R&D에 주력해 분자진단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하겠단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씨젠은 ‘분자진단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전 세계 기업들이 진단시약을 개발할 때 씨젠 시스템을 활용해 연구개발 및 임상 등을 수행하도록 만들겠단 계획이다.
여기에는 시약 개발 과정을 자동화한 시스템과 추출 시약과 효소, 올리고 등 진단 시약 개발에 필요한 원재료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개발비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씨젠은 지난해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약 75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특히 인간 질병 뿐 아니라 동물·식물·식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시장 확대를 점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100개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