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을 위한 병원들의 중고 의료기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관계당국의 무사안일 탓에 품질검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내 의료기기 안전 및 품질관리 실태 전반에 대한 집중 감사를 실시하고 2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결과, 중고 의료기기 품질관리에 상당한 허점이 확인됐다. 중고 의료기기의 품질과 안전성 등을 관리‧감독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그동안 식약처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거나 폐업하는 의료기관으로부터 구입한 중고 의료기기에 대해서만 판매를 허용했지만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전면 허용됐다.
이후 일선 의료기관들의 중고 의료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초기 구입비용이 저렴한 만큼 병원들 입장에서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고 의료기기를 선호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새제품과 중고제품 사용에 따른 수가 차이도 없는 만큼 중고 의료기기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의료장비 중 제조일로부터 10년 이상된 장비는 2012년 36만개에서 2020년 46만개로 10만개가 늘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제조업자에게 중고 의료기기에 대한 품질검사 후 적합할 경우에만 검사필증을 붙여 의료기관에 판매하도록 했다.
성능을 담보할 수 없는 노후 중고 의료기기가 무분별하게 시중에 유통될 경우 환자의 재검진율과 오진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는 만큼 적정한 품질관리를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의료기기 판매업자 등은 품질검사에 소요되는 시간 및 수수료 부담 등으로 제대로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판매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실제 이번 감사결과 제대로 된 품질관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2018년 이후 지금까지 품질검사 미실시 및 검사필증 미부착에 대한 점검 실적이 전무했고, 판매업체로부터 품질검사 내역 보고도 받지 않고 있었다.
감사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보다 상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임의로 2017년 이후 의료기관에서 중고로 구입한 전신마취기 등 4종의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검사필증 부착 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25개 의료기관 36개 중고 의료기기 중 5개 의료기관 15개 제품만이 검사필증이 부착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의료기기 판매업체 14개에서 의료기관에 판매한 전신마취기 등 중고 의료기기 14개는 모두 검사필증이 없었다.
감사원은 “식약처가 중고 의료기기에 대한 품질관리 및 안전성 점검을 소홀히 하고 있는 사이 성능을 담보할 수 없는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능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중고 의료기기가 유통되고 있어 국민 건강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다”며 “식약처는 품질검사 여부에 대한 철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이번 감사결과를 수용했다. 아울러 의료기기 판매업자 등에 대한 기획점검을 실시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