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어린이집 설치·운영 의무를 두고 의료기관들이 고민에 빠졌다.
최근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기준 해당 의무를 미이행한 것으로 확인된 사업장 135개소 중 23개소 명단을 공개했다.
이중 의료기관은 서울 부민병원·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행도의료재단 해동병원·연세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4곳이 올랐다.
유아보육법 제14조에 의거 상시 근로자 500명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거나 근로자 자녀 30% 이상을 지역 내 어린이집에 위탁해야 한다.
해당 병원 4곳은 대상기관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부민병원은 전체 근로자 606명, 여성 근로자 442명, 보육대상 영유아 83명 등을 보유하고 있다.
녹색병원은 전체 근로자 554명, 여성 근로자 398명, 보육대상 영유아 116명 등으로 집계됐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전체 근로자 1438명, 여성 근로자 1078명, 보육대상 영유아 334명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행도의료재단 해동병원도 전체 근로자 403명, 여성 근로자 312명, 보육대상 영유아 28명 등인 상황이다.
설치 대상이 된 날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설치 중인 경우, 상시근로자 특성 상 보육수요가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명단공표에서 제외된다.
이에 이들 병원은 저마다 소명 사유를 제출했지만 심의 결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민병원과 녹색병원은 수요가 부족한 것이 주된 사유였고, 해동병원은 대상 사업장이 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어린이집을 설치 중인 상황을 알리면서 소명 사유를 제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수요가 부족하다고 해도 완전히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체 설치 뿐 아니라 위탁 계약이라는 선택지도 있기 때문에 심의를 거쳐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교대·잦은 이직 등 수요 불안정하고 공간 부족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병원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제 자체 설치 방법과 위탁계약 방법 모두 원내 수요가 부족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자체 설치에 대한 수요가 적어 위탁계약 수요 조사도 실시한다”며 “조사 결과 항상 30%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자들이 아이를 집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을 보내기를 선호하지, 특정 어린이집으로 바꿔 등원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며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데 강제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곤혹스러워했다.
3교대 근무 및 이직이 잦은 의료기관 특성 상 어린이집 자체에 대한 수요가 충족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병원 관계자는 “어린이집 운영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의료기관에는 3교대 근무자도 많고, 이직이 잦기 때문에 수요가 항상 불안정해 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병원은 육아휴직도 활성화돼있어 보육이 필요한 연령대 자녀를 키워놓고 복직하는 경우가 많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병원 내 공간 부족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에 시청에 종상향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계속 승인이 거부됐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이어 “그래서 인근 부지 및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