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팀이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 규명에 성공했다.
주관적 행복도는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여러 사건을 경험하며 일시적인 행복과 불행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소의 행복 정도로 돌아간다.
이렇게 평소 느끼는 주관적 행복도는 개개인의 고유한 특징으로 상당 부분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며, 정서조절능력,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능력 등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우울증과도 연관이 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정서, 인지, 정신장애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다.
그간 문화적인 차이, 인종 간의 유전적 차이가 주관적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주관적 행복도의 유전적 요인을 찾고자 하는 연구가 서양에서는 많이 이뤄져 약 300 개의 관련 유전변이가 알려졌지만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의 행복 유전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인 11만명의 유전체 데이터에서 주관적 행복도와 연관된 3개 유전변이를 규명하고, 유럽인 56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12개 유전 변이를 추가로 규명했다.
발굴된 유전변이는 FOXP1, UNC5C와 같은 유전자와 가까이 위치했고, 이들 유전자는 정신장애 및 인지기능과 연관이 있었다.
또한, 주관적 행복도와 연관된 유전 변이들은 대뇌와 같은 중추신경계의 조직에서 더 높은 발현을 보였으며, 한국인과 유럽인의 주관적 행복도는 약 80% 가량의 높은 상관성을 나타냈다.
이는 한국인에서 주관적 행복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유전변이들의 영향이 유럽인에서도 80% 가량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 생활습관 △높은 교육수준 △금연 △높은 인지기능 등은 높은 주관적 행복도와 유전적 상관성이 있었다.
이는 주관적 행복도가 높은 사람이 단순히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음을 넘어 유전적인 요인을 통해 연관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신경증적 성격특성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관련 요인과 △비만 △긴 TV시청시간 등은 낮은 주관적 행복도와 유전적 상관성이 있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발굴한 유전변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이러한 특성 중 우울증은 주관적 행복도에 인과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관적 행복도가 낮은 사람은 행복을 덜 느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데, 이는 향후 우울증의 유전적 요인을 밝히는 후속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명우재 교수는 “주관적 행복도는 정신장애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행복에 대한 유전적 조성을 규명하는 것은 정신장애 원인을 찾고 치료방법을 밝히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에서 개발한 한국인칩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성과로, 국내 유전체 연구의 학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 IF=24.252)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