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새정부 들어 확대될 조짐이 보이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관련 플랫폼 업체들이 늘면서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의료계의 불편한 화두를 공론화 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원격의료학회는 작금의 상황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데일리메디는 한국원격의료학회 박현애 회장을 만나 논란의 몸집에 비해 실질적 논의는 부족한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최근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는 많은데, 각자 다른 주제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생각하는 ‘비대면’과 ‘의료’의 정의가 다르다. 혹자는 의사-의사 간 정보교류를 비대면 진료라고 하고, 혹자는 처방약 배달만을 비대면 진료 범주에 넣는 식이다. 현재 발의된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 가운데 의사 간 원격의료를 ‘비대면 협진’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비대면 의료 정의 및 범주부터 제대로 규정해야 한다. 서로 생각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주장만이 난립하다 보니 이익단체 간 합의가 전혀 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Q.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 보완돼야 할 점은
전화처방은 본인확인을 할 수 없다는 게 큰 약점이다. 진료받는 사람이 실제 약 처방을 받는 환자인지 의사는 알 수 없다. 또 당사자라고 해도 환자가 말하는 대로 약을 처방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화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후 가족과 나눠 먹은 경우도 있었다. 약물 오남용이나 과다처방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처방은 많이 이뤄졌지만, 실제 이 데이터가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계다. 의료기관, 검역소, 생활치료센터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단과 처방, 치료가 진행됐음에도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환자가 말하는 정보, 혹은 직접 출력해서 가져오는 의무기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수 많은 진료 사례와 기록이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안타깝다.
“정부, 의지 있다면 의료계 설득 필요”
“비대면 진료는 만성질환자 위주 적용, 폭넓은 데이터 확보”
“정부 부처별 코로나19 데이터 교류 및 활성화 필요”
“비대면 진료 통해 플랫폼 다변화 것으로 전망”
Q. 국내 적합한 비대면 진료 형태는
우선 일차 의료기관부터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비대면 진료에 대한 반대가 가장 심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차 의료기관이 성공을 거두면 점차 확대해야 한다. 대상은 경증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도서지역 거주인 및 장애인 등과 같은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요구도 있지만, 지나치게 좁은 범주의 환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비대면 진료의 비용효과성 등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만한 포괄적인 데이터 형성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하기보다 재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 시행을 통해 학습을 하고 나아가게 된다면 서비스 형태도 다변화될 것이다.
Q.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면 플랫폼도 다양해지나
비대면 진료 형태는 진료과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관련 플랫폼 및 서비스 역시 천차만별로 분화하게 된다. 단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진료를 독점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유선이나 모바일 앱을 통한 상담 위주겠지만 피부과의 비대면 진료는 고성능 카메라가 요구될 것이다. 상담 중심의 진료인지, 측정 데이터 공유가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기술의 종류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시도를 특정 단체가 할 필요도 없다.
Q. 비대면 진료에 있어 의료정보시스템 중요성은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부처 간 데이터 교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많은 헬스케어 업체들이 질병 코드조차 임의로 만들어 사용 중이다. 정부의 질병코드는 데이터 분류를 통한 활용에 적합하지 않게 설계됐다. 예를 들어 현재 질병코드는 ‘오른쪽 폐의 페렴’을 하나의 코드로 보는데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는 ‘오른쪽’, ‘폐’, ‘폐렴’을 각각 코드로 설정해야 데이터 분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상 질병코드를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 의료기관들 간 데이터 교류가 어렵다면 환자가 자신의 건강기록을 보유하고 이를 병원에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 현재 학회별로 보유하고 있는 임상실무 가이드라인을 디지털화해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환자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 과거 데이터를 가이드라인에 적용해 적합한 처방 및 치료법을 추천하는 플랫폼을 설정하는 것이다.
Q. 한국원격의료학회 창립 1년을 술회하면
분기별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논의 중이다. 가장 빠른 시일 내 개최되는 뇌졸중 심포지엄은 뇌졸중 질환 관리에 적용될 수 있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논의한다. 일례로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前) 단계에서는 얼마나 위험한지 미리 파악해 알려주고, 이송 시 골든타임을 위해 소방서와 의료기관이 교류하는 사례 등을 다루려고 한다. 앞으로도 디지털 치료기기나 원격간호, 원격재활 등 다양한 분야를 논의할 것이다. 더불어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해외에서도 비대면 진료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