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로부터 1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3600만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병원장에게 벌금형 판결 이후 이뤄진 의사면허 취소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부산 동래구 소재 某병원장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는 2012년 1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제약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의약품 납품 및 처방 대가로 한 달에 300만원씩 총 3600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받았다.
A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행정부장으로 근무하던 B씨 역시 같은 이유로 2013년 11월 3000만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했다.
이에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벌금 1500만원, 추징 36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 및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지난 2020년 형을 확정받았다.
벌금형이 확정되자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등에 따라 A씨 의사면허를 2개월 동안 정지 처분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을 때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A씨가 부당이득으로 얻은 3600만원은 구 의료법 행정처분기준 등에 따르면 자격정지 12달에 해당하지만, 2012년 10월 이전에 수수한 불법 리베이트는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 처분시효 기간을 지났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아 2개월로 감경됐다.
의사 “8년 뒤 면허정지 처분…환자 불편 초래, 재량권 남용” 주장
A씨는 “면허정지 처분이 리베이트 사건 발생 후 약 8년 뒤에 내려진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으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큰 불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2년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리베이트 사건 후 8년 뒤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한 위법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은 의약품 선택이 환자에 대한 치료 적합성보다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고, 환자 약값 부담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악화 요인이 되는 등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리베이트 영향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울 필요도 있다”며 “원고 의사면허 정지 처분은 재량권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