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불투명한 유통과정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임종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자문위원은 12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등이 개최한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 거래질서 정착을 위한 유통구조 선진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치료재료 유통구조 문제점과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 디지털헬스케어 수요 증가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임종규 위원은 “인공관절이나 임플란트 등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 대상이 되는 의료기기인 ‘치료재료’는 주로 간납사(간접납품회사)를 통해 유통되는데, 일부 간납사가 의료기관과 특수관계를 맺고 불공정 거래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납사는 의료기관과 치료재료 공급업체 중간에서 의료기관의 구매계약과 세금계산서 발행 등 구매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로, 의료기관 구매업무를 대행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치료재료 공급업체로부터 취득한다.
임 위원은 “이들은 이윤 추구가 금지된 치료재료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의료기관 내 창고사용료 등 각종 추가비용을 공급업체에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금지급 지연 등 위험과 치료재료와 관련된 업무는 공급업체에 떠넘기며 이윤만 챙기는 페이퍼컴퍼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에 납품 후 손실된 부분에 대한 대금 지급 거부 등 납품 후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도 공급업체에 전가한다”며 “납품된 치료재료에 대한 사후관리 역시 이뤄지지 못해 관리 소홀로 인한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제조과정-식약처, 유통과정-복지부 일원화 관리 등 의약품급 유통구조 투명화”
임종규 위원은 이러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치료재료 관리료 인정 ▲의료기관에 치료재료 공급 시 도매업 허가제도 신설 ▲공급내역 보고업무 일원화(심평원) ▲유통관리부처의 일원화(보건복지부) 등 의약품 유통과정과 동일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규 위원은 “의약품 구입 및 재고관리 비용은 약국관리료와 의약품관리료로 급여가 인정된다”며 “의료기관이 구입하는 치료재료에 또한 실거래가격의 5% 수준을 관리료로 신설해 보험급여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관에 치료재료를 공급하고자 하는 도매업자는 기초자치단체장에게 허가를 얻어야 하도록 제한해 시설과 인력, 자기자본금 보유 등 허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은 거래를 금지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현재 치료재료는 공급기관이 식약처에 신고하는 구조로 신고 이후 사후관리 수단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치료재료 공급내역 보고업무는 심평원으로 일원화해 의료기관 관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기법상 치료재료는 유통과정에 관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업무 구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운영됐다”며 “치료재료도 제조과정은 식약처가 유통과정은 보건복지부가 일원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상일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일 정책이사는 “의료기기 유통 선진화는 상급종합병원을 타깃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심평원의 2020년 치료재료 보험급여현황 발표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이 39.79%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320개 종합병원과 43개 상급종합병원 치료재료 비용이 비슷한 수준”이라며 “불공정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은 페널티를, 바람직한 시스템을 가진 병원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