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회에서는 의료 접근성에 대해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을 둘러싼 환경들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접근으로 이어져 왔다.
서구 사회 역사를 봤을 때 우리는 아직까지 1970년대 상황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의료 접근성 부분에서는 당사자 분들이 접근하고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발달장애 자녀, 지적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을 많이 만난다. 이 분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 중에 하나가 내 아이가 자폐 판정이 됐을 경우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과장된 재활치료 정보를 갖고 오신 분들도 있고, 때로는 그로 인해 사기를 당하신 분들이 많다. 적절한 치료라는 게 무엇이고, 어떤 환경 속에서 지원돼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관이 없다. 실제로 어린 영유아 시기 적절한 치료적 지원을 놓쳐 2차, 3차 장애까지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또 장애인들의 경우 구강 진료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 갈 곳이 없다. 인천의 경우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노력한 결과 길병원에 발달장애인이 갈 수 있는 구강센터가 생겼는데, 문제는 의사가 한 명 뿐이었다. 자연히 그 분도 너무 힘들어 그만두셨다. 그러니 갈 곳이 없다.
중증 발달장애인이 적절한 구강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정말 장애 때문인 것인가, 사회적 지원의 부재 때문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건강권 관점을 질병이 아니라 인권으로 변화, 확대해야"
장애 주치의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기관들이 편의시설이 없는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시범 사업 기관으로 지정됐는지조차 모르는 곳도 있었다. 사업 4년이 넘은 시점에 과연 장애인의 건강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UN 장애인 권리 협약의 제1조 목적에 따르면 장애는 단순한 신체적 이상이 아닌,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다른 사람과 동등한 사회 참여가 저해된 상태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어떤 상태를 장애라고 정의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결과 장애인 콜택시가 운영되고 있지만 행정부의 낮은 의지로 보급률이 떨어진다. 평균 30분 넘게 콜택시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콜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직장에서 잘리기도 한다.
병원에 한 번 가려면 거의 하루를 다 비워야 한다. 장애인은 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적절하게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인가.
그 사람이 장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는 사회적인 적절한 지원, 혹은 의료 접근성과 관련해 다양한 장벽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병원에 가지 못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그런 분들이 사회적인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건강 문제는 병원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사회 활동과도 연결돼 있다. 생활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건강권을 바라보는 관점을 질병이 아니라 인권으로 변화, 확대해야 한다.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동 수단이 필요하며, 장애인 주치제 또한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