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거세지면서 백신주권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높아지는 가운데, 학계와 의료계는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앞으로 계속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버넌스 구축을 포함 임상시험 및 기초과학 지원 등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R&D)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구 前 질병관리본부장(전 서울대 의대 교수)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에서 “R&D 예산을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창궐 이전부터 전염병에 대한 감시체계 강화 및 법령 정비를 고민해왔다”며 “물자 조달을 포함해 R&D 촉진 법안, 개발된 약품에 대한 면책특권 등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화이자·모더나 등이 mRNA 등 신규 플랫폼을 통해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10년대초 응급사용 허가가 가능토록 미국이 법령 정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철수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3번째 민·당·정 토론회로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을 주제로 열렸다.
이 전 본부장은 백신 주권을 위한 신규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특히 예비비 활용을 포함한 한국형 지원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의 경우 예비비를 R&D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유연한 연구개발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예비비를 R&D 예산에 활용할 수 없다”며 “바이오 R&D 예산이 1조4000억원이라고 하지만 유연한 예산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연구지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본부장은 후발주자로서 국내 백신 개발 전략에 대해 “후발 백신개발 주자들은 변이 대응 개량 백신을 비롯해 다양한 변이항원을 담은 2가 백신 또는 플랫폼의 다변화 등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19가 풍토병화할 경우 정기예방 접종을 위해 EPI 백신에 포함하거나 독감백신에 혼합하는 개발 전략도 구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롬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백신 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5~10년 걸리던 백신 개발 과정이 10개월로 단축될 수 있음을 배웠다. 한국도 국산 백신을 24개월 만에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백신 개발에 가장 많은 비용 부담이 드는 요소는 임상시험이다. 정부 재정지원이 있어야 기업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mRNA 플랫폼 포함 백신 개발 임상시험에 지원 자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이런 노력은 상당한 비용을 소요하지만, 국내외 인적·경제적 손실을 고려하면 이런 시간과 노력은 유효하다. 또 한국의 리더십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초과학을 비롯한 지속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사 출신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백신 개발은 마치 우주개발과 같다. 우리가 하자고 해서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 기반이 될 공학과 또 이를 뒷받침할 학문이 축적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급한 것은 물론 백신을 만드는 것, 그리고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 이면에 기초과학 지원 상황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