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청이 연말까지 ‘세이프약국’을 운영하고, 자살예방 등 정신건강의학과 영역 상담도 약사에게 맡기기로 하면서 의료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마포구청은 지난 2015년부터 ‘세밀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동네약국서 받는다(세이프약국)’는 취지로 이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 약사들 영역인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포괄적 약물학적 상담 외에도 비만·음주·영양 등 생활습관 모니터링 및 관리, 자살예방 상담 및 복지서비스 연계 등도 포함하고 있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를 포함한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7일 마포구청에 따르면 구는 접근성이 좋은 민간 약국을 활용, 15곳의 세이프약국을 연말까지 운영키로 했다.
마포구 보건소 관계자는 “서울시 차원에서 지난 2013년도에 시작한 사업이고, 우울증 등 약 복용 시 특이 소견을 보일 경우 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며 “절대 건수도 많지 않고, 의료계 반대 목소리도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 약사 역할인 포괄적 약물학적 상담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신건강의학 영역인 자살예방 등 상담을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물론 일부 약사들마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관계자는 “약사는 법적으로 의료인이 아닐 뿐더러 단순히 약물 투여나 부작용 등 복약지도를 넘는 상담은 권한이 없는 상태”라며 “세이프약국 프로그램이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은 환자 선별·관리할 능력이 없는 약사 입장에서 위험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괄적 약력관리를 한다는 본래 취지는 반대하지 않지만 권한을 넘는 자살예방상담을 해당 사업에 포함하는 것은 국민안전과 정신건강에 반하는 것으로 명백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개방된 공간에서 자살 상담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해당 사업에 참여한 약사들도 일부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약사는 “없애야 할 사업에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는 약사들 이견이 없었다”며 “전문성 부족, 직능 갈등 초래, 지역사회 자원 부실로 인한 연계 효과 미흡 등으로 현장에서도 잘 진행되지 않고 환자들도 불만이 많은 사업”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약국이 기본적인 건강 상담 등을 진행한 후 건강보조제 등 판매, 즉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꼬집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상담 후 건강 제품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라며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나 환자 조기 발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