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감사원장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의 민감한 이슈인 ‘지불제도’ 개편에 시동을 걸어 귀추가 주목된다.
날로 증가하는 의료비 지출에 제동을 걸기 위해 보험자인 의료기관에게 진료비 통제기전을 적용하는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점진적 통제기전인 포괄수가제를 넘어 급진적 방식인 총액계약제까지 언급, 현 정부에서의 지불제도 개편에 군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감사원은 최근 공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제로 지불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명 ‘문재인 케어’의 건강보험 재정 관리 소홀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으로 지불제도 개편을 주목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진료에 대해 의료서비스 항목 당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되고 있다. 2020년 전체 급여비 중 93.4%가 행위별수가제에 기반해 지급됐다.
행위별수가제는 의료기관이 실시한 행위마다 비용이 지불되는 만큼 환자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의료기관들의 수용성 역시 높다.
반면 많은 진료를 제공할수록 의료기관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로 인해 의료서비스 과다 제공과 부당청구 등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는 기관을 통해 진료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고 있지만 심평원 직원 1인 당 연간 19만여 건을 심사해야 하는 만큼 정확성과 일관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관리를 위해 행위별이 아닌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 도입을 시도해 왔다.
2008년 8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본사업을 추진했고, 최근에는 기존 포괄수가제에 행위별 수가모형을 혼합한 신포괄수가제를 도입, 확대 중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기간 중 국내 재정 및 보건정책 분야 전문가 집단인 한국재정학회와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회원 100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지불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결과 ‘행위별수가제는 과잉진료 등 단점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답변이 92.4%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의 75.9%는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전문가들이 진료비 총액을 사전에 협상하는 ‘총액계약제’를 지목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4.3%가 ‘총액계약제’를, 47.8%는 ‘포괄수가제’를 선택했다.
총액계약제는 공급자 중심의 건강보험 진료비 통제기전의 마지막 단계로, 의료계가 극도의 반감을 나타내는 지불방식이다.
감사원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진료비 관리가 가능한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 도입 및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