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 발의된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의료계 의견은 ‘반대로’ 중지가 모아졌다. 의사조력자살 논의보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들이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에 대한 지원 확대 및 국민 인식 제고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정훈 경상국립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안락사 허용보다 더 시급한 과제 생애말기 돌봄체계화’ 토론회에서 “최근 설문조사에서 국민 중 상당수가 의사조력자살 입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개인적으로 반가우면서도 우려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주관했다.
의사조력자살은 회생이 불가능한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를 넘어, 환자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약물 주입 등 방식으로 자살을 돕는 행위다.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지켜주자는 취지로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으로 '조력 존엄사'로도 불린다.
강 교수 말처럼 실제로 최근 서울대병원 여론조사에서 시민 1000명에게 문의한 결과,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 입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6%가 나왔다. 또한 한국리서치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찬성 여론이 82%에 달했다.
강 교수는 “말기환자에 대한 공론화의 장이 열렸다는 점은 반갑지만, 말기 환자들 고통을 덜어주는 해결 방법이 꼭 의사조력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이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서 1007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7월27일부터 열흘간 조사한 ‘의사조력자살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말기 진단을 받을 경우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한 인원은 절반 이상인 58.4%를 기록했다. 받지 않겠다고 답한 인원은 22.5%에 불과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비율은 81.7%로 더 높았다. 반면 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연명의료를 끝까지 받겠다고 답한 인원은 7.0%에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조사 인원 중 60.0%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으며, 알고 있다고 답한 인원은 27.1%로 절반 이하였다. 특히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2.6%에 그쳤다.
또한 조사에서는 ‘정부와 국회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간병부담 및 의료비 절감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8.6%와 26.7%를 기록했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지원 확대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의견도 25.4%에 달했다.
반면 현재 입법 추진 중인 의사조력자살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답한 비율은 13.6%에 머물렀다.
의사조력자살 대신 호스피스‧완화의료 확대를 우선적으로 선행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58.3%를 기록했으며, 반대한다는 의견은 9.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많은 시민들이 의사조력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생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간병 지원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말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의사조력자살 법제화 이전에 호스피스‧완화의료 지원을 확대하고 이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