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의 인슐린 납품 포기 및 지연으로 약국들이 인슐린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거나 공급 자체를 포기한다. 이에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1형 당뇨인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내고, 정부에 인슐린의 원활한 공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인슐린 공급 부족 사태는 지난 2020년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예방 접종이 일시 중단되면서 후속조치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이 개정되면서 촉발됐다.
생물학적 제제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나 재료로 해서 만들어진 의약품으로, 백신과 인슐린 제제가 대표적이다.
주요 변경 내용은 인슐린과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를 운송할 때 자동온도기록장치가 설치된 수송 용기나 차량을 써야 하고, 관련 기록을 2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1차는 15일, 2차는 1개월, 3차와 4차는 각각 3개월과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해당 규칙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한층 엄격해진 규칙은 의약품 유통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오영, 백제약품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영세해 새로운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별도의 비용과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납품으로 인한 마진은 동일한데 비용만 추가되는 구조"라며 "게다가 규칙 위반 시 행정처분도 받을 수 있어 인슐린 배송 횟수를 줄이거나 포기하려는 업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인슐린을 제공하는 제약사들과 협상하는 일도 여의치 않다. 이에 공급 횟수를 줄여 약국에서 인슐린 공급 대란 사태가 생긴 것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환우회는 "이 같은 사태를 우려해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인슐린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에도 우려를 표했다"며 "식약처가 이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권을 박탈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처사와 같다"고 비판했다.
인슐린 공급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자 식약처도 이번 사태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환자들에게 안전한 의약품 공급을 위해 인슐린과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 관련 규정을 상향했지만, 약 공급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슐린 배송 및 유통에 관한 당뇨 환자들 의견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논의가 끝나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