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기능 개선 성분인 아세틸엘카르니틴 함유 의약품에 대한 회수 명령이 내려졌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도 입지가 흔들거리고 있어 향후 뇌기능 개선제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 37개 품목이 임상 재평가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함에 따라 전제품에 대한 회수·폐기 명령을 내린다고 7일 밝혔다.
대상 품목에는 한미약품 '카니틸산·카니틸정500mg', 동아에스티 '니세틸산·동아니세틸정', 휴온스 '뉴엘틴정', 삼일제약 '엘카린정', 일양약품 '뉴트릭스정', 제뉴원사이언스 '케이세틸정', 이연제약 '엘카니산' 등이 포함된다.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 관계자는 "이의신청 기간에 1개 제약사가 대표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며 "해당 내용을 빠르게 검토해서 오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표로 이의신청을 제기한 한미약품은 "임상 재평가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후속조치에 대한 제약사들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식약처도 제약업계에서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적응증 축소에 이어 아세틸엘카르니틴까지 퇴출이 확정되면서 시장의 지각변화가 예상된다.
아세틸엘카르니틴 제제 처방 규모는 연간 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미약품의 '카니틸'은 지난해 180억원, 동아에스티의 니세틸은 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9년간 진행된 임상 재평가 허들을 넘지 못하면서 뇌기능 개선제 시장에 500억원대 규모의 매출 공백이 생기게 됐다.
제약사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뇌기능 개선제의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뇌기능 개선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치매를 제외한 나머지 적응증에 대해 선별급여를 결정한 바 있다.
현재 제약사들의 집행정지 소송으로 고시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선별급여로 전환되면 치매를 제외한 나머지 질환 환자들은 80% 본인부담률을 적용한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
또 다른 뇌기능 개선제 ‘옥시라세탐’의 경우 내년에 임상 재평가를 받게 된다. 옥시라세탐은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비해 효능·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시장 퇴출이 유력하다.
제약사들뿐만 아니라 아세틸엘카르니틴을 처방하는 의료진들도 식약처의 임상 재평가 결정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서울 A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을 급여화해주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그러나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에 이어 아세틸엘카르니틴까지 퇴출되면서 초기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매우 제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뇌기능개선제와 같은 신경과 약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약효를 입증하는 것이 글로벌 빅파마들도 어려워한다"며 "선택지가 한정된 상황에서 퇴행성 질환 치료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내려져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