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앞두고 세부 시행규칙 마련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ASA score’라는 새로운 화두가 급부상 하는 모습이다.
CCTV 녹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의료계가 ‘ASA score’ 카드를 제시했고, 환자단체들이 이에 반대하며 갈등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다.
최근 열린 수술실 CCTV 전체협의체에서 의료계는 ASA score 3~5단계에 해당하는 환자의 수술을 CCTV 촬영거부 예외사항으로 포함시켜 달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해 확정된 의료법 개정안에선 CCTV 촬영 거부 사유로 △응급수술 △위험도가 큰 수술 △수련병원 목적 달성에 저해 우려가 있는 수술 등 3가지를 인정토록 했다.
이중 의료계는 ‘위험도가 큰 수술’의 모호함 해소를 위해 ‘ASA score’를 제안했다.
ASA score는 미국마취과학회(ASA, 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가 설정한 수술 전(前) 환자 신체상태 분류체계로 수술현장에서는 널리 통용되고 있다.
ASA score는 총 6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수술을 요하는 질환이 있지만 일반상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람 즉 합병증이 없는 서혜부 탈장 또는 자궁근종 환자가 해당된다.
2단계는 경도나 중등도의 전신질환 환자로 활동에 제약이 없는 경우이며 고혈압, 잘 조절된 당뇨병, 만성기관지염, 노인이나 유아, 비만증을 가진 사람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전신질환자로 활동에 제약이 경우 3단계에 해당하며 4단계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등도 질환자로써 심각한 폐, 간, 신장 부전증, 말기신부전 등이다.
생명연장이 어렵게 된 말기 환자로 포기상태로 수술실에 온 환자, 수술과 관계없이 24시간 이내 사망률이 50%인 사망전기 환자는 5단계에 해당한다.
의료계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1~2단계의 수술을 CCTV 녹화를 하더라도 고위험 환자에 해당하는 3~5단계 수술은 CCTV 스위치를 꺼야 한다는 입장이다.
6단계인 뇌사 상태, 장기이식을 위한 수술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는 ASA score 3~5단계 수술을 제외할 경우 대부분 수술의 CCTV 녹화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지나치게 과도한 예외규정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취지를 퇴색시킬 공산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수술 현장에서 CCTV 녹화 부담 덜어야 의료진 소신 충분히 발휘 가능"
하지만 의료계는 어떻게든 환자단체를 설득시켜 의료진이 수술현장에서 CCTV 녹화에 따른 부담을 덜고 소신껏 수술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병원계 인사는 “ASA score 3~5단계에 해당하는 수술은 상급종합병원 정규수술 중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인 만큼 ASA score에 대해 환자단체를 이해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모든 의료기관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했고,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23년 9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세부 시행규칙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2차례 협의체 회의를 가졌고, 오는 10월 하위법령 설계를 맡은 연구결과가 나오면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