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으로 의료기관 운영권 양도가 금지되면서, 경영 위기를 맞은 의료기관이 회생절차를 밟는 것 또한 위법 소지 우려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이정선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가 개최한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의료법인 운영권 양도 및 회생절차 활용과 법적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의료법인 운영권 양도는 법인이 제3자에게 이사 추천권 등 운영권을 양도하고, 그 대가로 금전이나 기타 대가를 수수하는 계약을 뜻한다.
이는 개인 능력이 아닌 자금력에 의해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의료법인 운영권 양도가 배임수증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해 형법상 유죄라는 주장도 있다.
배임수증죄는 타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다.
실제 의료법인 운영권 양도를 검사가 배임수증죄로 기소해 1,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정선 변호사는 “이외에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으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높다”며 “여러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어 의료법은 지난 2019년 개정을 통해 의료법인의 운영권 양도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51조 2항은 ‘누구든지 의료법인 임원 선임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맞은 의료법인은 재기를 위해 유일무이한 수단인 ‘회생절차’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바스병원 인수 사례' 등 회생절차 취지 고려 예외적 인정 필요
실제 늘푸른의료재단의 보바스병원은 지난 2016년 경영위기가 발생하자 회생절차를 통해 영리법인 (주)호텔롯데에 인수된 바 있다.
(주)호텔롯데는 5인의 이사진을 취임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채무 변제 등의 회생절차를 종결해 2019년 법인 명칭을 롯데의료재단으로 변경했다.
이정선 변호사는 "의료법 개정으로 운영권 양도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경영 위기를 맞은 의료기관에 회생절차 외 다른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법이 의료기관 운영권 양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마저도 위법 시비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정선 변호사는 “회생절차를 통해 경영에 한계를 맞은 의료법인 회생을 돕는 것은 취지상 적절하다”며 “하지만 보바스병원 사례는 영리법인이 의료법인 경영권을 취득한 대표적 사례로 당시 비판의 시선이 매우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 속 회생절차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운영권 양도 대가가 법인 채무변제에 활용되는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법원 허가나 인가가 통해 이를 인정한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