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중심 의료체계 강화 취지 일환으로 시행 중인 환자경험평가가 올해로 세 번째를 맞았다. 지난 2017년부터 격년으로 실시되고 있는 환자경험평가는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위주에서 종합병원으로 확대됐고, 앞으로는 의원급이나 외래환자 등 평가의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도 전해진다. 여기에 환자가 직접 병원 서비스에 '별점'을 매긴다는 점에서 환자경험평가는 그 결과가 공개될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다. 한편으로는 평가 객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데일리메디는 지금까지 시행된 총 세차례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모아 의료기관 종별로 분석해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시행한 3차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1차부터 평가에 참여했던 의료기관들의 평균적인 환자 만족도가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데일리메디가 상급종합병원 중 상위권에 분포한 의료기관을 살펴본 결과 1차 평가에서는 10위권 내 의료기관 평균이 86~90점이었으나 3차 평가에서는 87~90점으로 다소 상승했다.
1차 평가 당시에는 평균 90점 이상을 받은 의료기관은 중앙대병원 한 곳 뿐이었으나 3차에는 인하대병원과 계명대동산병원 2곳으로 늘었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부산대병원과 충북대병원도 평균 79점을 받는 등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평균 80점 이상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평가 기간 동안 상위권 의료기관 간 순위 다툼은 어떨까.
1차 평가 당시 유일하게 평균 90점 이상을 기록한 중앙대병원의 경우 2차 평가에는 평균 86.72점, 3차 평가에는 85.58점으로 다소 낮아진 모양새다.
2차 평가 당시 평균 90.24점으로 1위를 기록했던 순천향부천병원은 3차 평가에서는 87.79점으로 하락했다. 특히 환자권리보장 영역이 2차 86.22점에서 3차에 82.4점으로 떨어졌다.
이번에 공개된 3차 평가에서 평균 90.48점으로 1위를 기록한 인하대병원은 2차 당시 평균 87.45점으로 올해 점수가 대폭 상승했다. 특히 '전반적 평가'항목이 86.15점에서 93.28점으로 크게 올랐다.
이밖에 대구가톨릭대병원과 울산대병원은 1~3차 평가 모두 평균점수가 상급종합병원 탑10에 포함돼 골고루 높은 점수를 보였다.
빅5 병원, 평균점수 동반 '하락'
그러나 서울대병원을 포함 소위 빅5 병원의 평균 점수 순위는 밀려나는 모습이다.
우선 지난 2018년 공개된 1차 평가에서 빅5 병원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은 1차에서 85.72점을 받고 2차에서는 86.34점으로 상승했으나 3차에서는 다시 85.11점으로 하락했다.
서울대병원은 1·2차 모두 81점대를 기록했으나, 3차 평가에서는 평균 82.4점으로 소폭 올랐다.
서울성모병원은 평균 87.01점으로 5위를 기록했으나 2차에서는 86.57점, 3차에서는 85.08점으로 하락했다.
서울아산병원도 1차 평가 당시 86.29점으로 10위에 올랐으나, 3차 평가에서는 동일한 평균 점수 86.29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료기관들의 점수가 상승한 탓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세브란스병원은 1차 84.92, 2차 85.1, 3차 86.91로 평균 점수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3차 평가에서는 빅5 중 가장 높은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평가 확대되는 종합병원…대구파티마병원 '1위'
종합병원의 경우는 대구파티마병원의 6개 평가항목 평균이 89.41점으로 종합병원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심평원에서 공개한 ▲간호사서비스 ▲의사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보장 ▲전반적 평가 등 6개 항목에서 평균 89.41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간호사서비스에서 92.3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의사서비스가 90.58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환자경험평가에 참여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최고 점수기도 하다.
종합병원 가운데서 의사서비스 항목이 90점 이상을 기록한 의료기관은 대구파티마병원이 유일하다.
2위는 인천광역시의료원으로, 6개 항목 평균 89.08점을 기록했다. 인천시의료원은 전반적 평가에서 91.75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병원환경도 91.14로 높은 편이었다.
이 외에도 은평성모병원,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 부천성모병원, 유성선병원, 강남차병원, 빛고을전남대병원이 탑10에 들었다.
개별 평가항목으로 보면, 간호사서비스 영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은 강남차병원으로 96.16점을 받았다.
의사서비스는 대구파티마병원이 가장 높았으며 투약 및 치료과정도 강남차병원이 90.65점을 기록했다. 다만 강남차병원은 병원환경에서 81.09점을 받아 전체 평균값 보다도 점수가 낮았다.
병원환경이 가장 좋은 종합병원은 은평성모병원으로, 94.81점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세종충남대병원도 94.76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환자권리보장 영역도 강남차병원이 85.47점으로 평가가 가장 높았다.
전반적 평가 항목은 빛고을전남대병원이 92.28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인천광역시의료원, 미즈메디병원 등이 그 뒤를 따랐다.
한편, 전체 영역 평균이 가장 낮은 의료기관은 온종합병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온종합병원의 6개 영역 평균 점수는 72.38점이었으며 가장 낮은 항목은 환자권리보장으로 66.93점을 기록했다.
환자권리보장 영역이 60점대를 기록한 곳은 온종합병원과 효성병원 2곳뿐이다.
간호사 서비스는 온종합병원, 의사 서비스는 서울성심병원이 제일 낮았다. 이 밖에도 투약 및 치료과정은 서울성심병원, 병원환경은 강릉고려병원, 전반적 평가는 부천대성병원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종합병원으로 분류되는 대학병원 가운데서는 은평성모병원이 평균 88.8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200위 밖 하위권에 속하는 대학병원으로는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이 평균 77.08점을 받았다.
의협 “환자경험평가 전면 재검토 필요”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환자경험평가 설문 문항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평가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협은 환자경험평가 발표 후 성명서를 통해 “의사와 환자 신뢰를 깨뜨리는 심평원의 환자경험평가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심평원은 환자경험평가라는 명목 하에 객관성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항이 담긴 설문을 수 차례에 걸쳐 시행했다.
게다가 '존중과 예의'라는 근거 없는 항목까지 더해 평가 대상을 확대하려고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의협은 심평원의 환자경험평가가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대신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만 신경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해 왔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선호, 필요, 가치는 개인 성향과 판단기준에 따라 모두 다른 것이므로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받고도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환자가 조사 참여를 원할 경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병원진료 과정에 문제제기를 원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환자가 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의료기관 내 평가 전담인력 등 평가결과를 관리하는 조직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기관보다 점수가 높을 것이므로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유도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지적했다.
의협은 “환자 치료는 개개인의 특성과 상태를 반영해야 하는 것임에도, 정부가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정하는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 서열화를 주도하는 것은 아닌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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