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학회(이사장 김지홍)가 아동학대,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 및 관련 정책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로서 깊이 관여하겠다고 선언했다.
학회는 아동학대 대응 전문 의사를 양성하는 것부터 첫 단추를 끼울 계획이다. 20일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지홍 이사장은 이 같은 청사진을 내놨다.
김 이사장은 "아동학대를 발견하는 의료적 부분 외에 신고 등 사후 처리 문제, 합병증 치료, 트라우마 관리 등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할 일이 많다"고 계기를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가 아동보호체계 속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 직군은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아동학대 대응인력 전문교육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지만 현재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1시간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만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아동학대 대응 교육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전문의 교육에도 잘 녹아있지 못했다"며 "이에 의료기관 당 1인 이상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모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동보호위원회 신설···아동학대 교육전담의 양성
학회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올해 아동보호위원회를 신설했다. 신충호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학교실 교수가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는 전공의 수련병원, 3차병원을 대상으로 소아청소년과에 1인의 아동학대 교육전담의를 지정하는 것이 목표다.
전담의가 아동학대 감별진단, 처치, 사후보고, 환자 분리, 법률 및 행정적 사후 대응 방안 등을 망라하는 교육을 이수한 후 이들이 전공의를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배기수 회장은 "굿네이버스가 만든 아동학대 예방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이관된 바 있다. 시스템 규모가 커지면 섬세하고 따뜻한 요소는 사라진다"며 "소아청소년과 등 현장 경험을 가진 민간과 국가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성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했다. 배 회장은 "모든 기관이 아동학대 관련 자문을 구할 때 의사를 안 부른다"며 "저수가 때문인 측면도 있지만 자문회의 등에 의사들이 피곤해 잘 안 가다보니 의사를 부르지 않게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동학대 뿐 아니라 저출산 정책 결정 시 사회학자 등 현장을 벗어난 전문가들 위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지홍 이사장은 "매일 보호자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저출산대책위원회 등에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소아 발달 상담 수가 없다"···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 구상
김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처방 중심 다량 진료가 아니라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사회의 안전망 자산이며, 아이들을 잘 관리해주는 건강플래너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회는 소아청소년과의 발달 상담 수가 필요성을 제시했다.
강훈철 학술이사는 "소아 발달과 관련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진료할 때는 상담 수가가 없다"며 "정신건강의학과가 전문성을 갖고 잘 보지만, 예약 대기 기간이 1년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부담도 있어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지홍 이사장도 "소아우울증 등도 소아청소년과가 도와서 상담하고, 필요한 치료를 빨리 연계해주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