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원회도 21일 자정을 넘겨 차수변경을 시행하면서까지 종감을 진행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무난했고,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그야말로 거취 이야기가 나올 만큼 수난을 당했다.
특히 보건복지위는 “오는 28일 오후 6시까지 백경란 청장 주식 보유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오늘(21일) 오전 0시 35분께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자료 미제출 시 위원회 차원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건복지위 국감 둘째 날과 마지막 날 있었던 증인·참고인 심문에서는 학회 이사장들 호소 등과 함께 코로나19 치료제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일양약품 대표가 출석해 이색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바이오헬스산업 분야 육성에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 보건복지위 종합감사는 20일 자정을 넘겨 21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정치권 이슈로 보건복지위 국감도 다소 혼란스러웠다. 국감 첫날인 5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발언으로 ‘정회’됐고, 19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와 검찰의 민주당 당사 압수수색 시도로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다.
다행히 20일 오전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참여를 결정하면서 이날 오전 10시 15분께 국감이 재개될 수 있었다.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 후 곧바로 투입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오유경 식약처장은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의료계 현안에 대한 무리 없는 답변도 그랬지만, 보유 주식 관련 자료제출 요구를 국감 마지막 날까지 받은 백경란 질병청장의 곤혹스런 입장과 대비된 영향도 있었다.
조 장관은 튀지 않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지난 2020년 의정합의에 따른 의사인력 확대에 대해 “코로나19 안정화 기준을 전문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고, 의사면허 취소 및 결격기간 강화를 골자로 한 개정안에 대해서는 공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돌렸다.
양방-한방 교육과정 통합 관련 의료일원화와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축·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 도움으로 무리 없이 넘겼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 등과 같은 휘발성이 강한 이슈에 대해 야당을 자극하지 않아 정회 등의 소동은 없었다.
오 처장도 생리대 관련 자료제출로 보건복지위 야당 의원들 항의를 받긴 했으나, 20일 오후 10시 47분께 “21일 정오까지 제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락 됐다.
반면 백 청장은 국감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수난을 겪었다. 자정을 넘겨 21일 새벽까지 진행된 국감에서는 논란의 상당수가 백 청장에 있었다.
그가 공무원 임용 전(前) 보유했던 신테카 바이오 등 주식 보유 현황에 대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자 강훈식(보건복지위 야당 간사)·강선우·한정애 민주당 의원 등의 지적이 이어졌고, 급기야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민주당)이 나서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질병청장이 검찰과 경찰 등에 형사소송법, 개인정보보호법 예외 조항 등을 근거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은데 반해, 감사원에는 해당 정보를 제공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백 청장에 대한 거취 문제는 물론 상임위 차원 고발도 거론됐다. 최종적으로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민주당)은 21일 오전 12시 35분께 백 청장 보유 주식과 관련해 국감 서류 제출 요구 건을 상정, 의결했다.
그는 “10월 28일 오후 6시까지 위원회로 해당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물론 국회법이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국감국조법)에 처벌 조항은 없지만 백 청장이 자료 미제출 시 위원회 차원의 고발 가능성도 있다.
학회 전·현직 이사장, 일양약품 대표 등 ‘이색장면’
지난 6일과 20일 열렸던 증인·참고인에 대한 질의과정에서는 전·현직 학회 이사장들의 급여화 읍소나 지침 개정에 대한 다짐이 들렸다.
지난 2020년 3월 자사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리도티닙)’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일양약품 대표는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보건복지위 국감 둘째 날인 6일 의료계 전·현직 학회 이사장이 증인 혹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전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등이 주인공이다.
박 이사장은 이례적으로 보조생식술 관련 학회 윤리지침 개정 요구를 받고 검토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현행법 상 비혼자에 대한 보조생식술이 불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학회가 윤리지침을 개정하지 않아 ‘월권’이라는 지적에 따른 답변이다.
양 이사장과 홍 전 이사장은 각각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지중재치료’ 급여화를, 홍 전 이사장은 뇌전증 사회사업 급여화와 함께 예산 27억원을 요청했다.
조 장관이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전·현직 이사장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는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일양약품이 코로나19 초기 슈펙트가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이후 주가가 5배 이상 오르자 오너일가 4인이 해당 주식을 매도해 ‘상속세’를 마련했다는 의혹에 대해 몸을 낮춘 것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대표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보건과 안전을 위해 이런 물의가 일어난 데 사과드리지만, 신약 개발을 위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與野 오랜만에 ‘한 목소리’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은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였다.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을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야당 의원들도 문재인 정부 시절 신성장 사업이었던 만큼 큰 이견이 없었다.
여야는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자급화, 합리적인 약가정책, R&D 비용 등 연구개발역량 제한 요소 혁신 등을 주문했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에서 수입이 중단된 완제 의약품 567개 중 국가필수의약품이 132개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오 처장은 “원료 공급망 다변화와 완제품에 대한 필수의약품 원료 자체 생산 능력 강화가 중요하다. 의약품 자급화 노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전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2016년 대화제약에서 개발한 리포락셀 사례를 들며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험급여도 그렇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국내 기술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바이오헬스를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약가정책 개선을 통해 개량신약이 피해보는 일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조 장관은 “약가문제는 건보재정을 고려하다 보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혁신을 위해서는 제도개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공감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도 연구개발역량을 제한하는 요소를 발굴해서 과감하게 혁신할 것을 주문했고, 오 처장은 “지속적으로 추진토록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