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3년 간 코로나 때문에 학술회의가 전 세계적으로 위축됐는데, 최근 본격적으로 대면 학회가 진행되고 있다.
종양학 분야에서 가장 큰 학술대회인 미국임상암학회(ASCO) 및 유럽종양학회(ESMO)도 얼마 전 성황리에 진행됐다.
미국임상암학회 화두는 日 제약사 개발 항암제 '엔허투'
미국임상암학회에서 단연 화제가 된 약제는 일본 제약회사에서 개발된 엔허투다.
HER2는 유방암을 시작으로 위암 및 담낭암에서 유효한 치료 타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관련 약제만 해도 허셉틴을 포함해 3~4개가 이미 식약처 승인 및 사용 허가가 났다. 효과도 좋아 이를 뛰어넘는 약제를 개발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기존 약제보다 2배가 넘는 효과를 보여준 약제가 등장한 것이다. HER2 발현이 적어서 이를 타깃으로 하는 약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환자들에게도 뛰어난 효과를 보여줬으니 모두 경악과 기쁨을 금치 못했다.
6~7년 전쯤 이 약제가 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더 이상 추가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왜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런 측면에서 과학 발전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유럽종양학회 찬사 받은 조기 대장암 수술 전(前) '면역항암제 치료 연구결과'
유럽종양학회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주제는 '유전자 불일치 복구 결함(dMMR, DNA mismatch repair deficiency)'으로 조기 대장암에서 수술 전(前)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연구였다.
종양의 상당부분이 관해된 환자 비율이 95%였고, 67% 환자에서 종양이 수술 조직상 현미경적으로 완전관해가 이뤄졌다. 완전관해는 단순 생명 연장이 아닌 ‘완치’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두가지 연구는 모두 뛰어난 치료 성적으로 갈채를 받았지만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
첫 번째는 알려진 표적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기존 치료 성적을 뛰어넘는 돌파구를 만들어낸 것이고, 두 번째는 약제는 같으나 효과가 좋을 만한 환자들을 선정한 것이다.
종양내과 의사들이 신약 개발에 활발히 참여하며 의견을 개진하고 임상 연구도 주도하기는 하지만, 약제 성분 개발은 기초 실험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기술적 진보는 기업 혹은 기초연구소에서 이뤄진다.
특정 약제에 효과가 좋은 환자군을 찾아내는 것을 흔히 바이오마커를 찾는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종양내과 의사들이 주로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급여 적용으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100만원 이내)에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이나 외국의 경우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높아 시행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바이오마커 분석에 여러 기업들도 참여하면서 그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암에서 바이오마커 분석은 본인이 기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여러 표적ㆍ면역 항암제의 개발로 시판 약제가 아니더라도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다른 것들과 달리 바이오마커 분석 검사는 결과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진단 후 가능한 빨리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가지 연구 결과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또 있다.
똑같은 하루가 계속되는 듯 시간이 흘러가지만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실제 사람들의 삶을 많은 곳에서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수혜를 받는 진행암 환자들은 일부지만 과학 발전으로 더 많은 암 환자들이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