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윤·이슬비 기자] 의사들 활동 범위가 방송가로도 넓혀진 지 오래다. 관찰 예능, 첨예한 심리를 다루는 고민 해소 프로그램 등이 많아지면서 의사 출연자 또한 인기 패널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로서의 소견을 밝히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던 민감한 건강정보 또한 재치 있게 풀어내는 캐릭터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양재진, 양재웅 전문의와 비뇨의학과 홍성우 의사, 대장항문외과 임익강 의사 등은 올 한해 브라운관에 활발히 얼굴을 비췄다. 이들은 문턱이 높은 정신건강의학과, 비뇨의학과, 대장항문외과 등의 편견을 낮췄다는 평(評)을 받고 있기도 하다. 데일리메디가 올 한 해 브라운관에서 활약한 ‘스타 의사’를 조명했다. [편집자주]
고민상담 프로그램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올해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 방송 활동이 두드러졌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의사는 ‘국민 멘토’, ‘육아의 신’, ‘육아대통령’ 등으로 불리는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전문의다.
그는 현재 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학습발달연구소 원장, 오은영아카데미 원장이다.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개원 전에는 아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오 원장은 육아 고충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에 출연하고 있다.
사연을 보낸 보호자들의 육아고민을 들어주며 냉철한 심리 분석을 통해 단호하게 보호자를 다그치는 한편, 따뜻한 조언으로 감동을 건네고 있기도 하다.
그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사이가 틀어진 부부의 갈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진행을 맡은 오 원장은 부부의 내면에서 비롯된 갈등을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밖에도 올해 신년특집으로 진행된 청춘을 위로하는 프로그램 SBS ‘써클하우스’, 가족 심리를 관찰 프로그램 10부작 JTBC ‘가장 보통의 가족’에도 출연했다.
방송 경험을 두둑히 쌓은 오 원장은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지난 2013년 제 40회 한국방송대상 문화예술인상, 2021년 MBC 방송연예대상 시사교양부문 특별상(다큐플렉스) 등이다.
국내 1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형제 캐릭터로 사랑받는 의사들도 있다. 양재진 전문의와 양재웅 전문의다.
형인 양재진 원장은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병원 진병원 대표원장이며, 전문병원협의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아주대 의대 졸업 후 아주대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부 고민을 다루는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MBN ‘속풀이쇼 동치미’ 등에 고정 패널로 출연해 전문의로서의 처방과 소신을 밝히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의 방송인으로서 인기를 방증하듯 양 전문의는 최근 엔터테인먼트기업과도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0월 배우·가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양 원장은 본격 소속사 매니지먼트를 받는 의사이자 방송인으로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동생인 W진병원 대표원장 양재웅 전문의 또한 입담을 뽐내며 카메라 앞에 나서고 있다. 그는 전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땄다.
양재웅 원장은 인기 연애프로그램, 토크쇼 등에 고정 패널로서 출연자들 심리를 분석하면서 재미를 더했다.
채널A ‘하트시그널’ 전 시즌, tvN ‘비밀의 정원’, MBC ‘별이 빛나는 밤에’, ‘전지적 참견 시점’, KBS ‘연예가중계’, JTBC ‘비정상회담’,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등이다.
그는 올해 6월에는 가수 EXID 하니와의 열애설에 대해 인정, 공식 연인임을 알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브라운관에서 패널로 활약한 두 형제는 직접 정신건강의학과의 편견을 해소하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구독자 약 45만명을 보유한 해당 채널은 ‘심리상담 전문’ 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연을 분석하고, 성 고민 등을 털어놓는 코너를 마련해 인기몰이 중이다.
재치 주목 비뇨의학 홍성우·대장항문외과 임익강 원장
닥터조물주 비뇨의학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우 원장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일명 ‘꽈추형’으로도 유명한 홍 원장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인물로 유튜브 뿐 아니라 라디오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홍 원장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서울아산병원에서 비뇨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단국대학교 의학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서울 강남 예작비뇨의학과 의원에서 7년간 전문의로 일했다.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 ‘보다’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과 음경을 꽈추라고 칭하는 신선함 때문에 ‘꽈추좌’, ‘꽈추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에 닥터조물주 비뇨의학과의원을 열고, 유튜브 채널도 새로 만들어 비뇨의학과에 대한 오해와 성기능에 대한 잘못된 속설을 바로잡고 있다.
앞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 등에도 등장해 전문의로서 꿀팁을 전달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SBS 러브FM ‘뜨거우면 지상렬’, TBS FM ‘네시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 등에서 고정출연자로 활약하고 있다.
대장항문 전문의인 임익강 원장도 방송에 출연해 화제 선상에 오른 인물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굿모닝 함운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를 ‘똥꼬 의사’라고 칭하며 환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외래 부교수, 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임 원장은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특별 세트로 출연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로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꿀팁을 전하기도 했다.
홍성우 원장과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대장 질환에 대한 속설을 의학적으로 바로잡으면서 출연자들에게 조언을 이어갔다.
임 원장은 본업에서도 굵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한대장항문학회 보험이사,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겸 보험위원장, 서울 광진구의사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밖에 서울 강남구에서 모바른한상보의원을 운영 중인 한상보 원장도 예능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탈모에 대한 속설을 파헤치며 화제를 모았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한 그는 2003년 모발이식 수술이 생소하던 시기 부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대한미용외과학회, 국제모발이식학회, 대한모발이식학회, 대한두피모발이식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그동안 장애우,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능기부 형태 사회공헌사업으로 모발이식, 머리카락이식, 흉터이식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편견·오해 불식 효과 있지만 지나친 환자 노출 등 우려
이처럼 의사들 방송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특정 진료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오고 있다.
‘비뇨기과’에서 ‘비뇨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 비뇨의학과는 명칭이 바뀐 지 5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많은 환자가 비뇨기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실제 홍성우 원장은 방송에서 “2017년에 이미지를 개선하고 진료 영역을 정립하고자 비뇨기과에서 비뇨의학과로 명칭이 변경됐다”고 말했으나 출연진 대부분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원장은 특히 “성별과 무관하게 소변에 관한 모든 질환은 비뇨의학이 관할”이라며 비뇨의학과에 대한 오해도 언급했다.
정신건강의학과도 마찬가지다. 일명 ‘오은영 신드롬’으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전문가가 처방 또는 조언을 제공하는 포맷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에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진료기록에 남을까봐 방문을 어려워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타인에게 알리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부작용은 있다. 고민 해결을 위해 시청자도 사생활을 함께 관찰하다 보니 지나치게 일반인, 특히 어린이들의 행동이 무분별하게 방송에 노출되면서 악성 댓글의 표적이 되며 되레 시청자들의 우려를 샀다.
KBS2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는 중학생 5명이 단체로 포경수술을 받는 장면이 그려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방송 이후 “해당 장면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네티즌들은 “수술 과정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유를 모르겠다”, “중학생밖에 안 된 애들을 데리고 뭐하는 건지”, “성 관련 문제 한참 예민할 때인데 남자애들이라고 그냥 내보냈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홈페이지에도 항의 글이 쏟아지자 방송사는 해당 장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