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할 것만 같았던 ‘당뇨병 대란’이 예측보다 30년 빨리 찾아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 학계는 특히 MZ세대 등 젊은 층 당뇨병 발생률을 경계해야 한다고 재차 경고했다.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대한당뇨병학회,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1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을 기념해 이날 ‘당뇨병 2차 대란 위기관리를 위한 정책포럼’을 열었다.
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사진]은 “당뇨병은 적극 치료·관리하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해 단순 만성질환이라기에는 무게가 무겁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당뇨병·당뇨병 고위험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는 당뇨병 대란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학회는 불과 10년 전인 지난 2012년, “2050년에 이르러 당뇨병 환자 수가 600만명이 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이미 당뇨병 환자 수가 600만명을 돌파하고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단계 인구는 1500만명에 달했다.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서도 위험에 대한 인식은 다소 향상됐지만 여전히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거나 예방을 위한 관리·실천 등은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달 대한당뇨병학회가 전국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6.7%가 당뇨병을 ‘심각환 질환’으로 인식했으며, 당뇨병 진단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10.7% 였다.
또 응답자 절반은 ‘언젠가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는데, 가족력·생활습관 관리 부족·노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단계와 공복혈당 검사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당뇨병 발병 요인인 당화혈색소(HbA1c) 등 상세한 개념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었다.
예방을 위한 관리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당뇨병 관리 수칙인 ▲적정체중 유지 ▲규칙적 식사 ▲규칙적 운동 ▲금연 ▲하루 2잔 이하 음주 등에서 운동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권혁상 당뇨병학회 언론홍보이사는 “다행스럽게도 국가검진에서 당뇨병을 많이 발견하고 있지만 당뇨병·당뇨병 전단계 인구가 합산 2000만명 이상이다”며 “향후 정기 검진을 장려하는 등 국가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MZ세대 당뇨병 심상치 않다···교육 인프라·당화혈색소 검사 공백 지적
애초 당뇨병은 노화질환인 점을 감안하면 고령에서의 절대 환자 수가 느는 것 외에도 근래 MZ세대인 젊은 층에서 발생률이 증가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아주의대 김대중 교수 연구팀이 시행한 국민건강보험·국민표본 코호트(2006년~2015년)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 20~30대 당뇨병 발생률은 증가했지만 40세 이상은 소폭 감소했다.
문준성 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MZ세대의 당뇨병 예후가 더 불량하다고 봤다.
그는 “젊은 층에서 비만인구와 함께 당뇨병 인구가 늘고 있고 일찍 발병한 경우 시간이 흐르며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며 “더구나 젊은층은 병원에 잘 가지 않고, 투약을 잘 안하는 등 치료에 소극적이다”고 부연했다.
이에 그는 “위험을 일찍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한다”며 “고위험군 및 초기 진단자를 조기 관리하기 위해 현행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위험군 조기 발견 뿐 아니라 이미 당뇨병을 진단 받은 환자들의 교육·관리를 위한 인프라 또한 대폭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료계 호소도 나온다.
김대중 대한내분비학회 보험이사는 “우리나라는 3분 진료 시스템 아니냐. 자꾸만 교육을 진료 영역에서 다루려 하면 안 된다”며 “교육 전담 시설이 환자 수에 비해 너무 적다. 현재 전국 보건소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는 31개소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이어 “환자들이 설사 진단을 받더라도 제대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이상한 정보를 접하지 않는다”라며 “재난은 닥쳐서 해결할 수 없다.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예방의 시작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