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에 수술받지 못해 사망하는 외과영역 중증·응급환자 대응을 위해 국내 일부 병원들이 분과 차원의 응급의료전담팀(ACS, Acute Care Surgery)을 자체적으로 꾸려 각자도생하고 있다.
이에 외상중환자외과학계가 국내 ACS 운영 성과를 분석, 표준 모델을 제안하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및 또 다른 외과 분과 생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의료계 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회장 김남렬)는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형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논의 장(場)을 마련했다.
ACS는 외상외과 의사가 모여 외과 응급수술, 중환자 집중치료, 외상 등 3개 분야의 중증 응급환자들을 전담하는 게 골자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ACS를 자체 운영 중인 의료기관은 강북삼성병원, 고대구로병원, 아주대병원, 영남대병원, 원광대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9곳이다.
홍석경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재무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이중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영남대병원을 대상으로 ACS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홍 이사는 "ACS 도입 전과 후를 비교하면, 전담 외과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응급수술까지 걸린 시간이 단축됐고 합병증 발생 비율, 입원기간도 줄었다"며 "수술실, 중환자실 등이 부족한 한계가 있었음에도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나름 성과가 있었지만 기존 인력 및 시설, 재정으로 ACS를 운영하는 것이 순탄하지 않은 모습이다.
"암을 제외한 모든 외과 응급은 ACS를 거치다 보니 콜과 전원 문의가 다 쏠린다", "ACS가 생긴지 4년이 지나면 뭘 하냐. 수술실과 병동이 여전히 없다", "큰 병원은 ACS를 운영하지 않아도 타격이 없으니 투자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는 의견 등이 이를 시사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홍 이사는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ACS 모델을 3가지 제시했다.
외과응급전담의사 6인으로 구성된 ACS 전담부서와 진료지원인력(PA),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움직이고, 응급수술실·중환자실·일반병실, ACS팀 사무실·당직실 등을 갖추는 것이 한 예다.
ACS 성과 공감···지속 위해서는 인력 충원 필수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움
기존 응급의료체계 및 외상체계 내에서 응급수술이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ACS가 구원책이 될 수 있을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김경종 조선대병원장은 "ACS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아무래도 병원 규모에 따라 운영 여유가 달라진다"며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방병원에도 맞는 모델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ACS가 그동안 일부 대형병원 중심으로만 운영됐던 현실을 감안해 지방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에도 적용하기 위한 다각도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려는 인력과 관련한 부분이 컸다. "ACS 인력을 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외과 전공의가 없다"는 의견이 ACS 운영병원에서 제기된 것처럼, 외과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분과를 또 만드는 게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 대한외과학회 학술이사는 "외과의사가 부족한데 응급의료가 다 쪼개져 있어 응급을 하는 외과의사는 더 적다. 그나마 관심있는 외과의사들은 외상센터에서 외상만 보거나, 급여조건이 좋은 입원전담전문의·중환자전담전문의로 가는 실정"이라고 씁쓸해했다.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는 "이미 외상센터에 외과, 신경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의사가 있는데 자꾸 분리하면 그건 외래에 맞는 모델이지, 응급실에 맞는 모델이 아니다"며 "응급실에서 통합 운영하는 통합형으로 응급의료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사 ACS가 전국적으로 운영되더라도 결국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은 여전해 지속성이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 이사는 "ACS가 세팅되면 지방 응급실에서 외과수술 환자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전원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들도 그걸 원할 수 있다"며 "지방 ACS는 사람이 줄고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ACS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아직 또 다른 제도를 신설,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측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은영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의료센터, 권역심뇌혈관센터, 권역외상센터 등도 이미 있고 의료환경이 많이 바뀐데다 인력이 부족해 별도 지정체계를 가질 수 있을까"라며 "충분한 인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고민을 피력했다.
김정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실장은 "응급의료 안에서 외상과 비외상으로 영역을 나누는 것이 옳은지가 ACS 관련 중요한 고민이 될 것 같다"며 "자발적으로 생겨난 ACS 안에서도 응급, 중증, 중환자 치료를 공통으로 하는 게 맞기 때문에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