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하나인 '오미크론'이 나타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하위 변종이 계속해 생겨나면서 과학자들이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1년 11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새 변종인 B.1.1.529(BA.1)가 아프리카 남부에서 출현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면서 그 이름을 그리스 알파벳의 15번째 글자에서 따와 오미크론(Omicron)으로 정했다.
많은 과학자는 오미크론이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린 채 수개월간 투병하는 과정에서 생겨났을 것이란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
단일클론항체 치료법도 위협…"새로운 항체 조합 만들어야"
반면 지난달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초창기 코로나19 바이러스 중 일부가 생쥐를 감염시켰고, 이 설치류 내부에서 오미크론으로 진화해 다시 인간에게 옮아왔으리라는 추정을 내놨다.
발견 즉시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로 분류된 오미크론은 더 강력해진 감염력에 힘입어 얼마 안 있어 전 세계적인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았고, 코로나19 확진자도 급증했다.
특히 오미크론의 새로운 하위 변이인 BA.2, BA.5 등은 오미크론 초기 바이러스인 BA.1 감염에서 생성된 항체를 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항체는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붙어 우리 세포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 역할을 하는데, 이 돌연변이들은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를 변화시켜 항체를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최초 발생에서 1년이 지난 지금은 XBB, BQ.1.1, CH.1 등 수백개 하위변이가 추가로 등장했고, 이로 인해 새로운 백신 및 치료법을 수립하려는 의료계의 노력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템플대의 바이러스학자 세르게이 폰드는 오미크론의 변이 발생 속도를 놓고 "현재까지 일어난 진화 중 가장 빠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서로 다른 아종들이 비슷한 과정의 진화를 거쳐 비슷한 결과물에 도달하는 '수렴 진화'의 과정이 오미크론에서도 관찰된다고 NYT는 설명했다.
새와 박쥐는 각각 조류와 포유류로 완전히 다른 동물이지만 모두 비행이 가능한 날개를 가진 형태로 진화했듯,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도 각각 독립적인 방식으로 항체 공략이 가능한 스파이크 단백질 변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수많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 사이에서도 우세종 자리를 놓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때 가장 많은 변이었던 BA.5가 최근 감염 사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로 떨어진 반면, BA.5에서 파생된 BQ.1이 28%까지 올랐다. BQ.1에서 다시 진화한 BQ.1.1의 감염률이 29%로 조금 더 높고, 나머지는 13개의 다른 오미크론 변이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싱가포르에서는 BA.2의 두 가지 하위 변이가 뒤섞인 XBB가 급증 추세인데, 이는 세계 다른 국가에서는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종류다. 변이가 거듭될수록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기존 항체에 대한 내성도 강해진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초기 환자들의 혈액에서 항체를 추출해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인 단일클론항체를 만들어냈지만, 하위 변이들이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면서 그 효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제시 블룸 박사는 "단일클론항체가 앞으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더 오랜 기간 효능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세대 항체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우세종으로 떠오른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초기와 비교해 치명률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이 다행이라고 NYT는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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