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콜드체인 규제가 완화되면서 인슐린 등 주사제 공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환자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내년초 제도 시행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물학적 제제 등 제조판매규칙, 생물학적 제제 등 보관 및 소송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김은주 바이오의약품관리과장[사진 右]은 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2020년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된 인플루엔자 백신 사건을 계기로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콜드체인 규정이 강화됐다"며 "그러나 인슐린 등 자가 사용 제품의 경우 소량 공급 및 배송 횟수가 잦아 규정을 지키기 어려운 도매상들이 공급 포기에 나서면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이어 "11월 1일부터 지난주까지 제약사, 유통사, 약사회, 환자단체, 복지부 등과 총 9차례 만나 논의했고, 제품 특성과 환자 의약품 사용 편의성 향상에 초점을 두고 콜드체인 운영 방안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생물학적 제제를 보관온도에 따라 3개 제품군으로 나누고, 제품군별 수송 시 온도관리(수기 기재 또는 자동 기록) 의무사항을 달리 부여했다.
3개 제품군은 ➊백신 및 냉장·냉동 보관 제품(고위험) ➋냉장 보관 제품 중 사용 시 일정기간 비(非)냉장 보관 가능 제품(중위험) ➌비냉장 보관 제품(저위험) 등이다.
올해 10월 기준 허가받은 793제품 중 백신, 항독소 등 고위험 제품은 545개(69%), 인슐린 등 중위험 제품은 164개(21%), 알부민 등 저위험 제품군은 84개(10%)다.
현재는 모든 생물학적제제에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및 수송 시 온도관리 의무사항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향후에는 제품군의 위험도에 따라 준수 의무가 달라진다. 인슐린 등 냉장 보관제품 중 사용 시 일정기간 냉장보관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군은 콜드체인이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이 된다.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군도 콜드체인 의무에서 제외된다. 단, 콜드체인 없이 운송할 경우 출하증명서에 출하 시 온도를 기록해야 한다.
"제품 허가변경 시 제품군 위험도 분류 변화"
또한 콜드체인 의무화 적용을 받는 냉장·냉동 보관제품도 실온 보관 시 안정성 입증 자료를 제출해, 허가변경을 하면 냉장보관 제품 중 사용 시 비냉장 제품으로 위험도 분류가 변경될 수 있다.
현재 인슐린 제제는 모두 안정성이 입증된 상태이지만, 성장호르몬 주사제 등은 실온 안정성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백신처럼 고위험 제품군으로 분류돼 있다.
김 과장은 "예컨대 일부 성장호르몬 주사제는 고위험군 제품군에 포함돼 있지만, 사용 시 실온 보관 안정성 데이터를 확보해 허가사항에 반영한다면 중위험군 제품군으로 이동 가능하다"며 "제약사들이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콜드체인 규정 시행 이후 제기돼 왔던 설비 구축 등 비용적 부담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어렵다"며 "대신 기술·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에 집중하며, 콜드체인 민관협의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위험, 저위험 제품군은 운송 시 콜드체인 설치가 권장사항으로 변경되면서 관련 행정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게 됐다.
김은주 과장은 "현재 제약사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도매상은 ‘약사법 시행규칙’에 의거 콜드체인 규정에 따른 행정처분을 규정하고 있다"며 "자동온도기록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제약사는 적발 시 최대 해당 품목 허가 취소, 도매상은 업허가 취소까지 처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당히 무거운 행청처분이 내려져 업계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동일하게 적용되던 콜드체인 설치 준수 의무가 일부 제품군에서 준수사항으로 바뀌면서 처분에 대한 부담도 덜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식약처는 콜드체인 규정 계도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1월 17일까지 이번 입법 개정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입법예고 의견조회 수렴 기간은 내년 1월 8일까지다.
김 과장은 “계도기간 만료 전에 개정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간 내 개정되지 못하더라도, 적극행정위원회를 활용해 개선 방안이 선(先)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